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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장기화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학기를 맞아 중ㆍ고교 참고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학부모들의 속을 끓이고 있다.

각 출판사들이 이번 학기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참고서 내용을 일부 수정하면서 개정판의 가격을 일제히 올려 심한 경우 두 배 이상 가격이 폭등했으며 중ㆍ고교생용 참고서 한 권에 3만원대에 판매되는 책까지 생겨났다.

이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은 교복값과 학원비 인상에다 자녀들의 참고서 가격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 살림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며 하소연하고 있으며 일부 학부모단체는 실태조사를 거쳐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이하 학사모)에 따르면 학생들의 참고서 가격은 올해 2배 이상 올라 단행본 기준 평균 1만5천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영어 과목은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교과서가 2권으로 늘어나 내용이 많아진데다 출판사들이 별도로 판매하던 어학 CD를 끼워넣은 탓인지 책 한 권 가격이 3만원을 훌쩍 넘어선 것도 많다. 수학과목의 경우 기존 ‘수학’ 이외에 ‘수학익힘’이, 영어과목에서는 ‘영어’외에 ‘영어활동’이라는 교과목이 새로 생겨나 자습서 내용도 바뀌었다. 교과서 2권의 내용을 함께 담다보니 자습서 두께가 두꺼워지고 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교과서 내용이 바뀌지 않은 고교 2∼3학년 참고서는 평균 1천∼2천원 오른 1만5천원∼2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표지만 바꿨을 뿐 내용은 지난해와 거의 비슷하다.

실제로 광주 충장로 서점가에서 만난 학생과 학부모들은 책장을 넘기다 가격을 확인하고선 “작년 보다 권당 평균 5천원 가량 올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조대부중 3학년 김민우군은 “지난해 8천원 안팎이던 자습서 가격이 1만원대로 올랐다”며 “부모님께 받은 용돈은 그대로인데 참고서 값이 너무 많이 올라 다른데 지출할 돈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고교에 입학한 아들을 둔 학부모 이 모씨는 “영어 참고서가 3만5천원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헌책을 사주려 해도 교육과정이 바뀌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 책을 사주기는 해야 하는데 너무 비싸 속상하다”고 말했다.

중ㆍ고교생 자습서나 참고서의 경우 해가 바뀔 때마다 2천∼3천원 가량 오르는 것이 관례처럼 돼왔다. 그러나 올해는 오름 폭이 30∼40%로 높아지면서 “해도 너무한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터져나온다.

광주 동구 서석동 S서점 주인 강모씨는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출판사들이 책을 개정하면서 가격을 올려 왔는데 올해의 경우 많게는 2배 이상 오른 참고서도 있다”며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게 비싸지만 책을 사 줄 수 밖에 없는 모습을 쉽게 목격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 하자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불법인줄 알면서도 참고서나 문제지를 복사해 나눠주거나 기출문제 등을 중심으로 직접 자료를 만들어 배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처럼 참고서 값이 해가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자 학부모단체도 화가 단단히 났다.

학사모는 “고가의 교복이 판을 치는 상황에 참고서 값도 뛰어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전국 서점에 나온 참고서를 대상으로 현장 실사를 벌여 가격 실태조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이를 공표한 뒤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