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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이요, 정당은 조직화된 여론이다.

하지만 선거는 혈기 왕성한 사람을 빼고는 전쟁만큼 나쁜 정신적 전율이다. 그러면서도 호남의 텃밭인 민주당이 이번 6·2지방선거를 이용해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짙은 인상을 주고 있다. 민주당은 중앙선관위로부터 국고 보조금을 받고 있는 정당이다.

한데 당헌·당규에 명시된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을 내세워 경선 참여자들로부터 기탁금의 30%를 공직 선거후보자 추천심사 등록 시 등록비로 납부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 백만원에 달하는 공직선거후보 추천심사 등록비를 내야하는 경선 참여자들의 불만도 불만이려니와 특히 이를 지켜보는 지역 유권자들의 시선이 곱지가 않다.

함에도 민주당은 6·2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이성을 잃어 가는 것 같다. 경선룰 조차 결정치 못한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는 차치하고라도, 당 지도부가 우격다짐해 도입한 ‘시민배심원제’가 당내 분란을 야기해 곳곳에서 파열음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 소속 현역 기초단체장들조차 당의 공천 횡포에 반발해 속속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어 당의 앞날에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6·2지방선거에서 ‘호남 압승’을 장담하고 있는 민주당의 계산은 실망과 한숨이 터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지방선거도 큰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당선이 어려웠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변화를 묵살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그동안 정치적 침묵을 지켜왔던 한화갑 전 대표가 ‘DJ 정신계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구민주계 세력을 결집하고 있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민주당 공천룰 불만 세력의 탈당을 도우려는 것도 있지만, 짐작건대 6·2선거 공천과 관련, 열린우리당 출신의 민주당 지도부가 ‘시민 배심원제’를 앞세워 구 민주계등 특정후보 밀어내기 수순을 밟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시 말해서 현역 구 열린우리당 체제에서는 옛 민주당이 더는 정치세력으로서 존재키 어렵다는 현실을 동교통계가 인식한 것이다. 일단 동교통계 내에서도 밥그릇을 챙긴 사람이거나 권노갑·김옥두·이훈평 전 의원 등은 신당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지 않고 있지만, 신당파가 주장하는 원인은 주변에 널려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도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시민 배심원제’만 해도 그렇다. 당이 이 제도를 도입한 지역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현역 단체장들이 대부분 옛 민주당 소속인데 반해,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쪽이란 사실이다. 박광태 시장이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경선 불참과 불출마를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시장은 특히 그동안 다소 소원한 관계였던 강운태 의원(남구)과 17일 광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민주당 경선 방식에 대해 심각한 논의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두 사람은 중앙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옛 민주계 인사들을 고사 시키려한다는 공감대 속에 이뤄졌다고 지역 정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 생활을 오랫동안 지속 해오고 있는 핵심 당원이자 고문인 오모씨가 “중앙당이 경선룰을 가지고 왈가왈부 할 때부터 이미 예견돼 왔던 일”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설득력이 약하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더 이상 당원과 지역민들을 농락하지 말았으면 한다. 당이 망하기를 반복한 ‘패거리 정치’ ‘파벌정치’를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고운석<시인. 무진주문화마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