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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이 10일째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남·북한과 미국은 4일 저녁 긴급회동을 갖고 최종 타결을 시도했지만 또 한 번 실패했다. 하지만 시간은 벌었다. 이날 밤 수석대표회의가 끝난뒤 앞으로 며칠이 더 걸릴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다.

◆북 대표, “핵활동 권리 찾자는 것”

북측 김계관 수석대표는 수석대표회의가 끝난 뒤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정치적인 입장차이 때문”이라며 “우리는 비핵화를 하자는 것이지만 평화적 핵활동의 권리도 찾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 모든 나라들이 평화적 핵 활동을 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전쟁패전국도 아니고 죄진 것도 아닌데 왜 평화적 활동을 중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김 수석대표는 “6자회담 모든 참가국들은 다 우리의 이런 건강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데 당신들이 다 아는 유독 한 나라만이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마음놓고 비핵화에 들어갈 수 있으려면 미국이 적대 정책을 포기하고 관계 정상화를 해서 핵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 당국자 “아직은 끝 아니다”

이에 앞서 이날 저녁 남·북·미 접촉은 우리측 요구로 어렵게 성사됐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대표는 아침까지도 “우리는 북한과 더 이상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확실하고 진정한 대답, 명확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대표단은 강경하던 미국을 오후 5시 30분쯤 북한과 3자 대면 형식으로 한 자리에 앉히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합의문안 서명·거부로 맞선 미국과 북한의 입장은 여전히 팽팽했다.

송민순 우리측 대표는 3국 회동 뒤 “각국은 3자 협의에서 논의된 사항을 기초로 본국과 협의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핵심 사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내일(5일) 이후에 계속 논의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담 종결을 막은 우리 대표단 당국자는 “희망의 씨앗이 비옥한 땅 위에 떨어졌는지 마른 땅 위에 떨어졌는지 내일 봐야 알겠다”고 말했다.

이날 베이징은 종일 요동쳤다. 저녁 무렵 각국 대표단들로부터 “북한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통보했다”는 연락이 전달되고, 중국측이 밤 9시 수석대표회의를 소집하자 회담 종료 신호로 읽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미 회동 이후 그런 전망은 일단 잠복했다. 그렇다고 낙관적 전망이 우세해진 것은 아니었다.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먼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