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휴대전화는 기술적으로 감청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던 국가정보원이 문민정부 시절부터

휴대전화를 도청해 왔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5일 지난 96년 1월 이탈리아로부터 휴대전화 감청 장비를 4세트 도입해 99년 12월까지 아날로그 휴대폰 불법감청에 이용해 왔다고 밝혔다.99년 1월 이탈리아에서 휴대전화 감청 장비 도입 불법감청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아날로그 휴대폰 감청장비는 휴대폰 사용자 반경 200미터 내에서 감청이 가능하고 99년 12월 아날로그 휴대폰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용도폐기됐다.

또한 98년 5월부터는 안기부가 직접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와 이동식 휴대폰 감청장비 등 2가지 휴대폰 도청장비를 개발해 불법 감청에 사용했다.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는 휴대폰이 유선구간에서 감청이 쉽다는 점에 착안해 통신회사의 유선 중계구간 회선에 감청장비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감청했다.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는 무게 45킬로그램 정도로 자동차에 실어 휴대폰 사용자의 200미터 내까지 접근해야 감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어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휴대폰이 제한적이나마 감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부인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행했던 휴대폰 감청기술이 매우 조잡한 수준에 머물렀던 것도 감청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2002년 3월 감청장비를 전량 폐기해 실질적으로 휴대폰을 감청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복제 휴대폰 감청 가능성은 지난 200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복제 휴대폰 감청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복제 휴대폰이 대상 휴대폰과 20미터 이내 거리에 위치할 때 동시에 접속돼서 대상 휴대폰에 수신되는 음성이 복제 휴대폰에서도 일시적으로 청취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게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3년 10월 이후에는 이동통신회사들이 시스템을 개선해 2중 접속의 결함이 사라지면서 복제휴대폰을 이용한 감청은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사실 알려질 경우 엄청난 사회적 파장 우려 감청 부인

국가정보원은 또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사건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결과도 발표했다. 먼저 미림팀의 존재와 활동 경위, 보고 라인 등이 베일을 벗었다.

미림팀은 60년대 중앙정보부 시절부녀 운영된 여론조사팀의 별칭으로 91년 9월부터 불법도청을 해 오다가 1년 10개월간 운영되다가 해체됐다.

이후 94년 2년 국내정부 수집담당국장으로 부임한 오정소씨의 지시에 의해 재건돼 97년 11월까지 본격적인 불법 도청활동을 벌여왔다.

당시 주요 활동은 대선 전 여당 내부의 동향과 YS, DJ 측근 인사와 이회창씨 등 주요 인사의 동향이 주였고 홍석현-이학수간 대선자금 전달 관련대화와 주요 기업의 빅딜 관련 내용 등이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이렇게 불법도청된 내용은 미림팀장이었던 공운영씨가 담당과장에게 보고해오다가 담당과장에게 직보를 했다.

당시 담당과장은 오정소씨였는데 오씨는 차장으로 승진한 뒤에도 공씨로부터 직보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운영씨, 불법도청 내용 오정소씨에게 직보

미림팀은 하루에 한,두개 가량의 테이프를 생산했는데 중요 테이프는 일시와 장소, 대화자 이름을 명기한 뒤 이중 잠금장치 캐비넷에 보관됐다.

정보가치가 없는 것은 일반 캐비넷에 보관돼 오다 6개월 뒤에 소각됐다.

공씨가 밀반출한 테이프는 중요 테이프 가운데 274개와 녹취록 5권이었는데 공씨가 국정원에 반납한 테이프가 261개인 이유는 나머지 13개의 음질이 불량했기 때문이며 검찰이 압수한 녹취록이 13권인 이유는 공씨가 집에서 간이 복사기로 더 복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씨가 보관하고 있는 추가 테이프는 없다는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공씨는 이렇게 빼돌린 테이프 가운데 삼성 부분건을 골라 박인회씨와 함께 이학수 부회장 등을 만나 5억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미 99년에 불법도청 테이프 유출 경위를 알고도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어 검찰과 협조하는 과정에서 불법 테이프 존재가 알려질 것을 두려워 했고 공씨가 반발해 폭로할 것을 우려했다고 해명했다.

국정원, "공씨가 보관하고 있는 추가 테이프는 없다"

국정원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조사에 한계를 드러낸 점도 있다. 우선 미림팀 재건과 보고 라인을 규명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국정원은 오정소씨를 집중 추궁했지만 미림팀 재건과 보고 과정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말해 오정소-이원종 전 정무수석-김현철 라인으로 연결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이와 함께 95년 초 안기부 1차장을 지냈던 정형근 의원이 미림팀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하지 않아서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가 있기는 했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국민의 정부 이후 2002년 3월까지 불법도청을 해왔다고 인정했지만 누구를 도청했는지, 보고 라인은 어디까지였는지 등에 대해서도 자료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