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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양심을 깔고 앉는다고 한 셰익스피어가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채무자 안토니오에게 증오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외친다. “돈을 갚지 못했으니 약속대로 가슴살 1파운드를 내 놓으라”라고 하지만 이것은 셰익스피어가 유대인을 잘 모르고 한 이야기다.

유대인은 돈을 떼여도 상대를 벌하려 하지 않는다. 돈을 되찾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돈을 빌려주고 보석이나 시계를 담보로 잡지 팔이나 신장 따위를 잡는 법은 없다는 얘기다. 탈무드에도 그런 일화가 나온다. 어느 유대인 회사의 직원이 공금을 횡령해 달아났다. 사장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랍비가 타이른다. “그가 감옥에 들어가면 돈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먼저 그를 찾아 돈을 돌려 받고 덧붙여 벌금을 내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유대인은 남을 증오하지 않는다. 오랜 박해의 역사를 가졌지만 힘과 애국심을 키우지 증오를 이야기한 문헌을 찾아보기 어렵다.

나치에 의해 수백만 명이 살해됐어도 독일인을 저주하는 책 한권이 없다. 아랍과 전쟁을 하지만 땅에 관심을 가질 뿐 아랍인을 증오하지 않는다. 유대인은 그래서 더 미움을 샀으며 증오의 대상이 됐다.

나치정권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는 기자를 꿈꾸고 작가가 되길 원했지만 유대계 언론사 취업에 실패한 뒤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키워간다. 그는 당시 일기에서 “당신의 젊음을 파괴하고 또다시 탐욕스럽게 당신의 아들딸들에게도 마수를 뻗고 있는 유대인들을 왜 미워하지 않는가”라고 묻는다.

증오는 흔히 독선과 편견을 낳고 오만과 아집으로 모습을 바꾼다. 시퍼렇게 날선 증오를 표출할 도구를 히틀러한테서 발견한 괴벨스는 1942년 일기에 이렇게 썼다.

"나는 영국이나 미국인들이 마음속으로 우리가 유대인 쓰레기들을 말살하는 것을 기뻐하고 있다고 믿는다" “지방선거를 앞둔 대한민국 사회에 그런 증오와 독선과 오만이 춤을 춰 눈과 귀를 아프게 한다.

자신도 설명하지 못하는 증오로 칼을 휘두르고 그 피해를 자기편이 다 뒤집어썼다“고 말하는 독선이 있으며 민주개혁을 위한다면 상대편에 표를 몰아주지 말라는 오만이 있다. 그 독선과 오만 역시 상대는 무조건 나쁜 편이라고 보는 증오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한이란 누군가에게 던질 요량으로 달궈진 석탄덩이를 집어 드는 것과 같아 막상 화상을 입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한데 6·2지방선거 판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텃밭 광주·전남 지역 공천에서 답이 묘한 공천을 하고, 호형호제하던 동지가 원수가 되어 서로 헐뜯고 갈라져 싸우고 있다.

결국 이렇다보니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지역민들의 실망이 깊어지고 있다. 전남도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해 검·경찰, 각 지자체에서는 선거 관련 민원과 고소·고발 사건이 폭주하고 있다.

수사결과가 나오면 누가 저지른 일인지 밝혀질 일이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후보자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어 충격적이다. 불법을 저지른 후보가 만약 당선됐을 경우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어떻게 시·군·구정과 의회를 이끌어갈지 뻔한 일이다.

선거분위기가 혼탁해질 경우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증은 더욱 깊어지고 이에 따라 투표율도 낮아질 것이다. 지방의 일꾼을 유권자들이 직접 뽑는다는 지방자치제 본연의 뜻조차 실종될 우려가 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6·2지방선거 투표율이 50%를 밑돌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의 유권자들은 증오와 오만도 부족해 선거판을 지뢰밭으로 만든 비겁한 정당, 비겁한 후보자를 위해 투표율을 높여주거나 표를 몰아주지 않을 것이다.

고운석 <시인. 무진주문화마당 회장. 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