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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텃밭에서 상추, 깻잎, 치커리를 뜯어 쌈을 먹었는데 아침에 나가보니 실파가 제법 먹을 만큼 자랐다. 실파를 옮겨 심으면 대파가 되지만 아직은 옮겨 심을 때는 아닌 것 같고, 열심히 솎아 먹을 때인 듯하다. 실파는 솎아서 뿌리째 쌈으로 먹으면 맛나다.

막내가 텃밭을 기웃거린다.

"아빠, 뭐해?"

"응, 실파 솎는다. 여기 봐, 파뿌리가 하얗지? 결혼식할 때 '검은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사랑하시겠습니까?' 하는데 이렇게 머리가 하얗게 될 때까지 사랑하면서 살라는 거야."

"그럼, 아빠는 이제 엄마 안 사랑해?"

"무슨 소리야?""아빠 하얀 머리 많잖아."

"임마, 그래도 아직 까만 머리가 훨씬 많아. 검은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을 때까지."

"난 또…."

그렇게 실파를 솎아 다듬어 놓고 나니 여기에 곁들여 먹으면 좋을 것이 없을까 궁리를 한다.

햇살이 제법 따가운 오후 오랜만에 낚싯대를 들고 바다에 나갔다. 자그마치 이년만에 들어보는 낚싯대, 그동안 꽃에 홀려 낚시를 잊고 살았더니 주인의 관심에서 멀어진 낚싯대가 시위라도 하듯 부러진 데다가 릴도 뻑뻑하다. 그래도 어찌어찌 바다에 낚시를 던져놓고는 갯바위 틈에서 보말과 소라를 잡았다. 혹시 허탕이라도 치면 보말과 소라라도 내어놓아야지 하는 마음에 한 주먹 정도 잡아두었다. 찌가 '쑤욱!' 가라앉는다. 낚아채니 제법 묵직한 놈이 걸린 모양이다. 옆에서 낚시하던 분들이 부러져서 휘어지지도 않는 엉성한 낚싯대로 조과를 올리니 조금은 겸연쩍은가 보다. "허, 그냥 담가놓은 줄 알았는데 게서 잡히네요."

우리 식구 먹기에 딱 알맞을 정도의 뱅어돔이 올라왔다. 자, 이제 집으로 출발! 아내에게 마늘과 양파, 풋고추에 이르기까지 우리 집에 있는 야채는 모두 내어놓으라고 했다.

풋고추, 마늘, 양파, 깻잎, 상추, 치커리, 실파에다가 막된장, 초고추장, 간장에 겨자 풀은 것까지 동원되어 푸짐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아내가 저녁상을 차리는 사이 회를 뜨고 보말과 소라를 씻어 막된장을 풀은 물에 펄펄 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