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네 가지가 있다. 쏘아버린 화살과 내뱉는 말, 지나간 시간, 그리고 게으름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말(言)은 죽은 자를 무덤에서 불러내기도 하고 거인을 두들겨 없앨 수도 있다.

한데 요즘 일부 젊은이들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발, 가게가 여기 하나야. 떡볶이나 팔 것이지, ×나 간섭이네. 확 떡볶이에다가 뱉어버릴까 보다" "학생, 어른한테 말투가 그게 뭐야" "아줌마, 남이야 가래를 뱉든 ×을 싸든 그게 뭔 상관이야, ××나" 한 대학가 앞 포장마차 골목. 떡볶이를 먹으며 욕을 하고 가래침을 뱉는 대학생에게 포장마차 주인 A씨(52)가 "그러지 마라"고 한마디 한 게 화근이었다. A씨는 "자식뻘인 애들이 어찌나 말을 거칠게 내뱉는지…"라며 혀를 찼다.

인근에서 10여 년째 옷가지를 파는 B씨(54)는 "노상방뇨를 하는 젊은이를 나무라는데 젊은이가 욕을 하는 바람에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까지 간적도 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린아이부터 대학생까지 젊은이들의 폭언과 무례한 행동이 이처럼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환경미화원에 대한 막말로 문제가 불거진 '경희대 패륜녀' 파문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일상에서 벌어진다. 상대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 찾아볼 수 없는 하대(下待)문화가 몸에 밴 듯 행동하는 게 다반사다.

20년째 시내버스를 몰았던 Y씨(57)는 일의 피곤함보다는 젊은 사람들의 무례한 행동에 대한 스트레스로 속병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Y씨는 "정류장을 지나칠 때 '아저씨 귀먹었어요. 아 ×발, 빨리 안 세우고 뭐해'라며 대학생 같은 젊은이가 대놓고 하는 막말을 듣다보면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든 게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학생의 언행을 꾸짖던 담임선생님이 제자인 학생에게 심한 욕설과 폭행까지 당해 병원에 입원한 세상이니 막가는 세상인 것 같다. 사회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친구는 "부모와 선생님의 충고까지 간섭으로 여기는 게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성공한 사람 우대, 약자 무시라는 사회적 풍조가 젊은이들의 말투나 행동에 거칠게 드러난 것"이라며 "지나친 경쟁의 부작용으로 사회구성은 모두 평등하다는 의식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약화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20대 여성이 지하철에서 새치기 시비로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 경찰에 입건된 사례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젊은층에서 이처럼 비뚤어진 품성이 형성된 데는 초·중·고교 시기 또래 문화의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여고생 4명이 45분간 일상대화를 하는 와중에 15종류의 욕을 248번했다는 모 방송 시사프로그램의 관찰결과도 나올 만큼 청소년 또래 간에는 욕이 없는 대화를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가정과 학교에서 실력만 앞세울 뿐 도덕교육을 등한시한 책임이 크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매체에서 흘러나오는 거친 대화와 행동에도 책임이 있다. 말은 인간 속내의 그림이요, 사상의 옷이다.

그래서 성경은 "미련한 자는 입으로 망하고 그 입술에 스스로 옭아 매인다.(잠언 18:7)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며 혀는 거짓을 말하고 입술에는 독사의 독이 흐르니 입은 저주와 독설로 가득하다(로마서3:13~14)"고 입조심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겨운 말은 시원한 생수처럼 갈증을 해소해 주고, 지혜로운 말은 비록 그것이 세치 혀에서 나오지만 다섯 자 몸을 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옛 성인들은 패자의 입에는 변명이 가득하지만 승자의 입에는 솔직함이 가득하다며 승자의 도를 가르쳤다. 한데 존경을 한 몸에 받아야 할 정치인들까지 거친 몸싸움과 근거도 없이 남을 비난했다가 곤혹을 치른 것을 보면 젊은이들이 어디서 뭘 배우겠는가.

고운석 <시인. 무진주문화마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