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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광복 이후 60년 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눈부신 고속성장을 거듭해 왔다. 한국경제는 6·25전쟁 이후 10년간 전후복구를 거쳐 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계획에서 고도성장의 실마리를 마련한 후 고속성장을 질주했다. 그러나 70∼80년대에는 1, 2차 오일쇼크가 우리 경제를 강타했고, 급기야 97년에는 국가부도위기에 내몰리며 결국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며 중대 갈림길에 처해 있다.

한국은행은 12일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우리 경제의 해방 전후와 현재 모습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숫자로 보는 광복 60년’를 발간했다.

◆고도성장 신화=국내총생산(GDP) 규모는 6·25전쟁이 끝난 해인 1953년 13억달러에서 2004년 6801억달러로 523배나 불어났다. 이 기간 중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무려 6.9%에 이르며, 현재 경제규모는 세계 11위 수준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53년 단돈 2000원(67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소비자물가상승을 감안, 2004년 가치로 환산하면 42만6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지난해 1인당 소득분 1621만원(1만4162달러)의 10일치 소득에 해당한다.

이 같은 고도성장의 엔진으로는 단연 수출이 꼽힌다. 수출은 52년 2770만달러에서 2004년 2538억달러로 무려 9200배나 급증했다. 이 사이 외환보유액도 60년대 말 1억6000만달러에서 6월 말 현재 2050억달러로 1300배가량 불어났다.

◆고속성장의 그늘=화려한 고속성장의 신화 이면에는 그늘도 짙게 깔려 있는 게 사실이다. 국민은 60∼80년대에 만성적인 물가불안에 시달렸고 ‘쥐꼬리’ 봉급 탓에 혹독한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45년부터 올 6월까지 연평균 21.3%씩 오르며 무려 11만배나 치솟았다. 이 기간 중 서울 시내버스요금은 16전(현 원화로는 0.00016원)에서 800원으로 무려 500만배나 올랐고 소고기(192만배)·쌀(55만배)·금(13만배) 등도 폭등세를 빚었다. 특히 75년 이후 30년 동안 설렁탕 자장면 등 주요 외식가격과 대학납입금 등은 20∼30배 오르며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했다. 다만 공산품가격은 기술혁신과 업체 간 경쟁 여파로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냉장고가격은 해방 당시보다 오히려 떨어졌고 선풍기와 형광등은 2∼4배 수준에 그쳤다.

이 밖에 ℓ당 휘발유 가격은 75년 168.07원에서 올해 1332.50원으로 8배 올라 소비자물가상승세와 비슷했고 서울지역 땅값도 75년 이후 30년간 여타 필수품과 비슷한 수준인 29배로 상승했다.

◆산업과 금융분야의 변화=산업분야는 눈부신 약진을 거듭, 선진국 형태로 변신했다. 먼저 농림어업은 53년 전 산업 부가가치의 47.4%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3.7%로 뚝 떨어졌다. 대신 광공업은 10.5%에서 29,1%로, 서비스업은 40%에서 55.5%로 높아졌다. 자동차생산대수는 55년 7대에서 지난해 346만9000대로 약 50만배나 불어났고 철강(5만9000배)·시멘트(6000배)생산과 선박건조량(1900배) 등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금융분야도 확 달라졌다. 화폐발행액은 45년 1000만원에서 6월 말 현재 24조원으로 늘어났고 ▲가계와 기업의 예금(60년 141억원→555조원) ▲연간주식거래 규모(56년 4억원→2004년 556조원) ▲연간채권거래량(56년 9억원→2004년 377조원) ▲생명보험 지급보험금(55년 30만원→2004년 28조원) 등도 급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중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실제 예금금리는 올 상반기 중 연 3.46%로 49년 이후 최저수준이며 대출금리도 광복 후 최저수준인 연 5.56%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