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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의 32번째 도쿄 피랍 생환기념일을 병상에서 쓸쓸히 보냈습니다.

해마다 벌이던 기념미사도 생략했습니다

1973년 8월 1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납치된지 닷새만에 서울 동교동 자택 부근에서 풀려났습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의 지시를 받은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납치돼 죽음의 고비를 두차례 맞았다가 극적으로 살아돌아온 날입니다.

해마다 김 전 대통령은 제2의 인생이 시작된 이 날이 오면 '인동초'와 같은 자신의 정치인생을 반추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병상에서 32번째 생환 기념일을 쓸쓸히 맞았습니다.

"기념미사를 포함한 관련 행사는 모두 취소했다. 어제 신부님이 찾아와 내외분과 함께 쾌유를 비는 기도를 가졌다."

폐렴 증세로 하루에 5,6시간씩 항생제 치료를 받느라 김 전 대통령은 기력이 많이 쇠약해졌습니다.

그러나 몸보다 맘 고생이 더 심하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입니다.

자신의 재임 시절에도 불법도청이 계속됐다는 국정원의 발표로 '인권대통령'이라는 명예에 큰 오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론 역시 김 전 대통령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누명을 씌울 것이 아니라 먼저 고해성사를 하고 부끄러운 과거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민주당 한화갑 대표 말]

퇴임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계속 침묵할 지 관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