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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그 동안 정율성선생 생가에 대해 ‘동구 불로동 163번지’는 생가(生家)이며 태어났던 곳이고, ‘남구 양림동 79번지’는 고가(故家)이며 성장지로 주장하였다. 그것은 양측 모두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양림동 79번지는 정율성이 살았던 적이 없는 것으로 발표되었으므로 남구청의 주장은 허구에 불과한 것이 되어 버렸다. 정율성 생가고증위원회가 광주시 동구 불로동과 남구 양림동 양쪽을 모두 생가로 결론을 내렸다.

언뜻 보기에는 양쪽인 것 같지만, 사실상 불로동 163번지로 결정 났으며, 양림동 79번지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위원회는 양측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양림동 79번지’를 끼워 넣은 것이 아니라 ‘양림동’ 전체를 끼워 넣었다.

양림동 전체를 끼워 넣은 것은 1914년 이전에 불로동과 양림동이 하나의 ‘부동방면’이었다는 주장이다. 불로동은 정율성 부모의 본적지이고 생가이며, 양림동 전체가 생가이고 성장지라는 것으로 발표했다.

남구청이 강력히 주장한 ‘양림동 79번지’는 정율성의 형인 정의은이 1944년에 구입하여 어머니와 함께 거주했던 곳으로 기록되었다. 그렇게 되면 정율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집이 되어 버렸다.

지난 8월 3일부터 중국 절강성 항주시에서 ‘최부선생’의 학술대회를 가졌다. 최부선생이 1488년 제주에서 고향으로 오다 폭풍을 만나게 되었다. 14일 동안 바다에서 표류하여 절강성 임해현 우두외양(牛頭外洋)이라는 곳에 상륙하였다. 우두외양이 임해(臨海)현에서 삼문(三門)현으로 행정구역이 바뀌었다.

임해현과 삼문현이 최부선생의 도착지를 가지고 서로 다투었다. 이번 세미나를 마치고 우두외양을 가보았다. 그곳은 이제 삼문현에 위치하여 ‘임해현을 삼문현’으로 바꾸기로 합의하였다.

우리는 임해현의 주장은 옛날에는 맞으나, 현재의 위치는 삼문현이 맞기 때문에 삼문현으로 결정을 하였다. 불로동과 양림동이 부동방면이었으나 지금은 불로동이기 때문에 양림동을 억지로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8월 17일부터 며칠간 북경에서 정율성의 따님인 정소제여사와 같이 다니면서 “생가는 분명히 불로동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그녀는 10월에 만나서 결정하자는 말을 하였다. 우리는 정율성선생의 생가가 불로동이 확실한 이상 정소제여사를 만나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여 생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율성은 청년 시절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인민해방군 군가’인 ‘팔로군 행진곡’과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연안송’ 등 360여곡의 노래를 창작했으며 중국의 근현대 3대 음악가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다. 3대 음악가로 알려진 인물은 선성해, 섭이, 정율성이다.

선성해는 '황하대합창' 등 많은 곡을 남겼으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40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였다. 섭이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 등 많은 곡을 남겼으나, 1935년 23세에 러시아로 유학을 가기 위해 일본에 들렸다가, 곡소(鵠沼) 해변에서 익사하였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광주시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있었다. 그 때 '정율성선생 기념사업'을 하자고 처음 건의하였다. 당시 정율성선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으며, 알고 있는 사람은 공산주의자란 것 때문에 반대했다. 정율성 기념사업을 하기 위해서 정확한 생가터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만일 잘못 찾았다가 망신당할 수 있고, 항상 시비 거리가 되기 때문이었다.

정율성이 남경에서 연안으로 가게 된 것은 평안북도 용천 출신인 김산(金山)이었다. 정율성이 연안 대회당에서 ‘연안송’을 부르자 모택동, 주은래를 비롯한 공산당 수뇌부가 기립 박수를 보내는 것을 뒷자리에서 지켜본 그는 “나는 불행하지만, 너는 빛나야 한다.” 고 말했다.

김산은 중국공산당의 판단 착오로 억울하게 처형당하고 말았다. 광주는 중국인들을 유인할만한 관광지가 없다. 지금부터 정율성선생 기념사업을 시작하여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고, 한중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해 무언가 지속적으로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