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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에 정 이사체제가 출범한지도 반년이 지났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적지 않는 사람들은 정 이사체제가 출범하면 대학발전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는 등 대학이 훨씬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원들의 기대는 초반부터 기대할 수 없게 되었고, 정 이사체제가 출범한 이후 학내 갈등의 골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하고 있다.

이사회는 두 파로 분열되어 있고, 특히 그 가운데 구 경영진과 가까운 것으로 여겨지는 이사들은 대학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협력하기보다는 총장을 포함한 교직원들에 대한 고발을 일삼는 등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이사회의 분열과 일부 이사들의 비이성적 행태에 대해 대학집행부 마저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데 있다. 현재의 이사회가 비록 법률적으로는 정 이사라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대학문제에 커다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학의 운명을 짊어지고 나갈 책임과 의무는 대학집행부에 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대학 집행부가 이사회의 분열과 일부 이사의 파행적 행동에 대해 무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무 소신의 극치’이거나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대학 위기 시 항상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총학생회마저도 구성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집행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제라도 대학 집행부는 이사회가 갈등에서 벗어나 화합하고 대학발전에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이사들을 설득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집행부가 양쪽 모두를 아우름으로써 이들이 화합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하고 이를 토대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더욱 커다란 노력을 기울여야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사회의 분열은 대학발전을 위한 현실적 장애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2년 반 이후에 있을 ‘이사진 개편’과정에서 또 다른 후유증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적지 않는 구성원들이 차기 이사진의 향방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집행부는 지금부터 그에 대한 안정적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함으로써 구성원들을 안심시키고 그들이 각자의 본분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수열 <조선대 사회과학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