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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뻔한 거짓 말인 줄 알지만 그래도 그 섬에 가고 싶었다. 아침 6시에 출발하여 북항을 지나 유달산(儒達山)을 돌아서 7시에 도착하였다. 멀미할 것이 두려웠지만, 워낙 잔잔한 관계로 바다라기 보다는 하나의 호수(湖水)와 같았다.

너무나 잔잔한 호수라 추파(秋波)란 말이 생각났다. 추파란 가을의 파도로 여자들이 남자를 보고 눈웃음짓는 것을 말하는데, 가을의 파도와 같다고 추파라 하였다. 추파를 잘 던지는 사람은 쌍꺼풀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조선시대에 쌍꺼풀이 있는 여인은 왕비가 될 수 없었다.

가거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흑산도라 불렀다. 사람이 살기가 가능하다는 섬이라 하여 가능할가(可), 살거(居), 섬도(島)로 가거도라 했다. 가거도는 최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동으로는 독도, 남으로는 마라도와 더불어 중요한 섬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방파제(防波堤)가 높게 만들어졌다.

27년이나 걸려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번 태풍으로 그것도 많이 망가진 것이 보였다. 정말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어떻게 이곳까지 와서 살게 되었는가 궁금하였다. 일행 중 탁인석교수가 친척이 살고 있다고 했다. 그의 할아버지 동생이 100여년 전에 무심코 홍어장사꾼을 따라 가거도에 가서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80여년이 지난 시간이 흐른 후 뿌리를 찾기 위해 영산포까지 찾아와 알게 되었는데, 지금은 서로 친형제간 같이 왕래가 많다고 했다. 이번에 우리가 그곳에 찾아가는 것도 탁교수의 역할이 컸다. 선착장 앞에서 보면 마을 어귀에 조그만 섬들이 있는데 중국의 계림이나 베트남의 하롱베이 같았다.

배를 타고 돌아보니 전망대가 보여 그곳까지 올라가니 3명중 2명이 근무하고 1명은 쉰다고 한다. 사람들도 없는 곳에서 상당히 심심할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근무자에게 “중국 닭 울음소리가 들립니까?” 라고 말하자 “목포는 140km 중국은 400km 넘는데 어찌 닭 울음소리가 들리겠어요.” 물론 들리지 않지만 일부러 물어 보았다. 입담 좋은 사람들이 중국이 가깝다는 말을 하기 위해 지어낸 말일 것이다.

섬을 한 바퀴 돌면서 기암괴석(奇巖怪石)이 많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주변에 10여개의 무인도들이 있었다. 홍도(紅島)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만, 이곳은 조용하였다. 이곳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같은 건물에 있으며 교장도 1명 있다. 일요일 목포로 나오는데 초등학생들이 배에 타 있기에 어디를 가는가 물어보니, 제주도 수학여행 간다고 하였다.

이곳에 살면서 서울보다는 제주도에 가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았다. 교장선생은 함께 가지는 않았지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였다. 그도 섬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얼굴이 까맣게 타 있었다. 이곳의 선생들은 가족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외로이 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섬마을 선생님’이란 노래가 생각났다.

마을 입구에서 보면 절이 하나 있으면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는데, 절은 없고 교회가 있었다. 교회에서 이 마을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끈끈한 정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최서남단(最西南端)이란 표지가 되어 있으나 너무 작게 만들어져 있고, 중국, 필리핀, 제주도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으나 너무 조잡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상해, 마닐라, 서울, 제주도 몇 km 표시되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해수욕장을 돌아보니 넓고 아름다웠다.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길은 잘 다듬어졌고, 신안군에서 가장 높다는 독실산 639m 봉우리까지도 올라갈 수 있었다. 마을에 호텔은 없지만, 조그만 여관과 식당으로 되어 있으며, 여러 명이 함께 잘 수 있는 민박시설이 잘 되어 있다. 마을 한 가운데 정자가 만들어져 편안히 쉬면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세상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독도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마라도는 마을이 너무 적고, 그러나 가거도는 사람이 충분히 살 수 있는 곳이다. 가거도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쉬어 가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