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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경남 산청군(山淸郡)을 답사했다. 글자만 보아도 ‘산이 아름답고, 깨끗하며, 물이 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리산 자락의 왕산 터에 기(氣)를 받는다는 곳이 있다. 기를 받기 전과 기를 받은 후가 확실히 다름을 알 수 있다.

그곳은 국새(國璽)를 만드는 전각전이 있으며, 기를 체험하는 건물은 경복궁 다음으로 웅장하고 아름다웠으며, 산세가 아름다워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명당자리였다. 산청군은 옛날 가야국이었으며, 금관가야 마지막 10대왕인 구형왕릉(仇衡王陵)이 있고, 구형왕은 김유신장군의 증조 할아버지이다.

그는 “나라를 보존하지 못한 죄인이니 돌로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겨, 돌무덤으로 이루어졌다. 산청군은 허준, 문익점, 조식, 성철스님 등 많은 인물 등이 배출되었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선생이 살았던 곳으로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더욱 유명하게 되었고, 한의약박물관이 들어서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었다.

허준선생은 중국 3대 기행문의 하나인 표해록(漂海錄)을 지은 최부(崔溥)선생의 외손자이며, 미암일기로 유명한 유희춘(柳希春)선생의 부인을 치료하여 고관대작들에게 알려지면서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당시의 모든 의학 지식을 망라한 임상의학 백과사전인 동의보감(東醫寶鑑)을 편찬하였다.

동의보감은 한방의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18세기에는 일본과 청나라에서도 간행될 만큼 높이 평가되었다. 오는 2013년 동의보감 40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사업으로 한의약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한의약박물관 주위에 다양한 웰빙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 최대의 시설을 만들고 있다.

문익점선생은 공민왕은 즉위 초부터 배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고려와 원나라간의 관계가 악화되었는데, 공민왕이 사신을 파견할 때 서장관(書狀官)으로 따라갔다. 그는 순제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대도(大都: 북경)에서 가장 먼 운남성(雲南省)으로 3년동안 유배를 가게 되고, 귀양살이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강남지방에서 목화씨를 가져오게 되어 우리나라 의복 문화를 바꾸었다. 조식선생은 이황선생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위대한 성리학자이다. 그가 많은 제자들에 공부를 가르쳤던 산천재(山天齋)는 지리산 천왕봉 아래에 있다. ‘두류산(頭流山) 양단수(兩端水)를 녜 듣고 이제보니, 도화(桃花) 뜬 맑은 물에 산영(山影)조차 잠겼애라, 아희야, 무릉(武陵)이 어디뇨, 나난 옌가 하노라’는 그의 시조는 너무나 유명하다.

지리산을 일명 두류산이라 부른다. 천왕봉에서 흘러 내려온 두 갈래의 하천이 하나로 합쳐지는 양단수가 있으며, 경치가 아름다워 무릉도원(武陵桃源)임에 분명하다. 성철(性徹)스님은 한국 선불교의 전통을 대표하는 스님으로 해인사(海印寺) 방장이 되었고,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을 역임하였으며, 세속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유명한 법어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수행하는 사람이 자그마한 깨달음을 얻었을 때에는 물이 산으로, 산은 물로 보이는 혼돈을 겪게 되지만, 깨달음의 수준이 자라면서 물은 물로, 산은 산으로 보게 된다는 즉, 만물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지혜를 갖게 된다는 법어이다.

남사예담촌은 안동하회마을과 더불어 옛날부터 그 명성이 자자했던 양반마을로 전통한옥마을로 유명하며, 국악의 대가 박헌봉선생이 살았던 곳이다. 마을에 하수구가 없어도 물이 잘 빠지며, 어느 곳으로 흐른 지를 모른다고 하는 신비한 곳으로 중국 호남성 장곡영 민속촌과 같은 마을이다.

예담촌은 공자가 살았던 곡부(曲阜)와 같아 공자가 태어난 이구산(尼丘山)이 있고, 하천인 사수(泗水)가 있다. 공자의 집 앞에 흐르는 하천을 수수(洙水), 마을을 지나는 하천을 사수(泗水), 사수가 흘러 기수(沂水)가 되며, 기수가 흘러 회수(淮水)와 합류한다.

산청군의 메기 찜은 천하의 일품이었으며, 그보다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는 요리였다. 산청군의 인물들을 관광산업으로 엮은 것을 보면 어느 지역 못지 않게 첨단으로 달리고 있는 곳으로 한 번쯤 가 볼만한 곳이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호남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