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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구 사직동에서 45년 동안 살았다. 사직동은 동구와 서구로 나누어질 때 서구에 속했으며, 서구와 남구로 나누어질 때는 남구에 속했다. 남구에 살면서 남구에서 산다기 보다 동구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은 동구가 생활권이기 때문이었다. 동구는 광주의 중심지이며, 호남의 정치 일번지이다.

그러나 금남로와 충장로 등 그 명성을 잃어버려 초라한 자치구가 되고 말았다. 시민들이 줄기차게 전남도청 이전을 반대했던 것은 동구의 공동화를 우려하였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 버렸다. 동구는 북구와 나누어지면서 두암동과 풍향동을 북구에 양림동을 남구에 주었다.

그래서 동구는 두암동과 풍향동을 편입시키려 하고 있고, 서구의 경우 남구의 월산동, 주월동, 송암동과 북구의 동림동, 운암동, 광산구의 도산동을 편입시키고자 하는 데 이것은 무리이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정치권 특히 국회의원들의 필요에 의한 게리멘더링이라는 지적이 있을 것이다.

경계 조정은 다른 구로 편입될 지역의 주민 의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최소화해야 한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자치구 간 경계조정 문제가 지역 내 현안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동구와 서구 등의 인구를 감안할 때 국회의원 의석수가 2석이나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도 조정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경계조정 과정에서 일정부분 인구를 내줘야하는 자치구의 입장과 선거구 획정에 따른 손익 계산, 지역 정치세력간 이해관계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총선 기준으로 국회의원 1인 선거구의 인구 하한선은 104천명, 상한선은 312천명으로, 이를 기준으로 19대 총선을 치른다면 동구의 경우 다른 자치구와의 선거구 통합, 서구는 갑과 을의 통합이 불가피하다.

동구와 서구의 지난 10월 말 인구가 각각 103천명, 304천명으로, 동구는 선거구 인구 하한선에 미치지 못하고, 서구는 인구 상한선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19대 총선이 2012년 4월 치러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방자치법상 6개월 이전인 2011년 10월까지 선거구가 정해져야 한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 국회의원 수가 기존 8명에서 6명으로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강기정의원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어느 말이 맞는 지 모르겠다. 또한 해당 자치구와 경계 조정으로 자치구가 변경될 주민들의 의견수렴, 행정안전부와 협의, 국회 선거구 획정 논의 등의 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역 국회의원의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중앙정부에서 지역을 대변해줄 수 있는 대표자가 감소하는 것으로, 지역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치구 간 이해관계 여전히 복잡하고 갈수록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동구의 최대 현안 문제이다.

동구의 경우 인구 10만 명 선이 붕괴하면 행정기구 축소가 불가피하다. 교부세, 보조금이 감소되고 구의원수도 줄어들게 된다. 광주시도 각 구청의 적극적인 협조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편입지역 주민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해당 구청에 대한 예산추가지원 등의 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광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울러 주민들에게도 일시적인 불편쯤은 감수하도록 설득에 나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수를 8명을 맞추기 위한 구간 조정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동구의 경우 인구가 적고, 면적이 협소하기 때문에 다른 구와는 차이가 많아 어느 정도 넓힐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멀리 있는 동을 가져 올 것이 아니라, 동구와 생활권이 같은 남구의 양림동과 사직동, 북구의 북동이나 누문동을 우선적으로 합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서구의 경우 국회의원 2명을 다 살리기 위해 남구나 북구, 광산구에서 편입하여 위인설구(爲人說區)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2명에서 1명으로 줄더라도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나치게 서두르다 보면 한 가지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쉬운 것부터 풀어나가는 것을 좋을 것 같다.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장. 호남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