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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군 봉산면 기촌에는 면조와 앙조를 부모로 태어난 면앙조가 살고 있다. 부모님의 간곡한 부탁 아직 이루지 못하여 오백 년 멀다 않고 여태 꿋꿋 면앙으로 세상을 맑히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조선 성종 임금 시절 얼마 안 있어 연산군이 일어날 즈음 전라도 담양 땅에 경사가 났단다. 아버지 면조는 고개를 들지 못하여 아래만 내려다보며 평생을 살았다.

어머니 앙조는 고개를 숙이지 못해 위만 쳐다보는 일생을 살았는데 부부 사이가 좋을 때면 남편은 대기업 사장 동생이 사람을 때리고 사과의 대가로 돈 봉투를 준 사건 등 신문에 난 온갖 이야기를 재미나게 해주곤 했으며, 부인도 이에 답하듯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이나 짐승들의 꾸밈새며 해먹고 사는 일이랑 해님과 달님의 힘내기 경주 때문에 뭐 되는 일이 잘 없다는 둥 별별 이야기를 다 해주면서 금슬 좋게 지냈단다.

하지만 사이가 틀어지는 날에는 서로 말 한마디 없이 몇 날 며칠을 남 보듯 했으니 오죽 답답했으랴. 그러던 어느 날 이 부부가 드디어 화해를 하고 합궁을 하던 날 이들은 위도 보고 아래도 볼 수 있는 면앙조를 낳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더란다.

삼백예순다섯 날을 빌고 또 빌었는데 지성이면 감천일까 정안수의 효험일까 마침내 옥동자를 얻었으니 하늘이 무심치 않아 면앙조를 낳았단다.

달관(達觀)과 관용(寬容)으로 상하가 화합하고 좌우 날개 균형이 잡혀 힘차게 나아가기도 하고 발전의 안정도 이루는 고품격을 실천하리. 이곳 전라도 사람들이 전하는 말로는 소통하는 면앙의 세상 기필코 열라는 천명이었다든가. 새가 날아든다.

면앙새가 날아든다. 담양에서 푸드득 힘찬 날개 짓 서울 찍고 평양 돌아 백두에서 한라로 면앙새가 날아든다. 여보 송서방 위만 보지 말고 아래도 조금만 봐 주시게나. 암 그래야죠 위도 보고 아래도 볼 줄 알아야 진정 살맛나는 세상 아닌가요? 비익조(比翼鳥) 서러우니 연리지(連理枝)가 되어다오.

면앙새 좌우상하 균형이 아름답다. 위는 필자의 졸시이다. 지난 시절 우리는 비익조(날개 하나에 눈이 하나인 새)가 판치는 세상을 참 많이 보아왔다. 날개 하나에 눈이 하나뿐이니 어찌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겠는가? 그저 자기만 알고 독불장군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회’ 를 이루는 근간이 흔들리는 것 같아 무서움이 앞선다.

뿐만 아니라 면(내려봄)하면 앙(올려봄)할 줄을 모르고, 앙하면 면할 줄을 모르는 기형적인 부조화가 판치는 꼬락서니가 비일비재하여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고 리영희 선생께서 평생 말씀하신 바, 좌우(진보와 보수)의 양 날개가 균형을 갖추도록 하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너무 진보에 매달리면 안정에 방해가 되고 너무 보수에 전념하면 발전에 장애가 됨은 두루 아는 사실 아닌가? 지금 우리에게는 좌우의 문제보다는 상하(양극화)의 문제가 날로 더불어 심화되고 있는 듯해서 걱정이 태산이다. 머잖아 새해가 될 것인데 내년에는 이러한 문제가 좀 덜했으면 좋겠다.

문자 그대로 면앙은 내려봄과 올려봄의 조화를 말한다. 위에 있는 사람은 여러 면에서 모범이 되어 아래 사람을 애정과 정성으로 눈여겨 보살피고, 아래 사람은 그런 윗사람을 본받아 상하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곧 담양 면앙정의 건립 정신이다.

그런 천명은 면앙정 삼언시에 잘 나타나 있거니와 “숙이면 땅이요 우러르면 하늘인데 그 가운데 정자를 앉히노라.” 가 그 것으로 이른바 천지인을 말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 그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자 주인은 사람 사회의 운영 원리를 달관과 관용에 두었다. 그래서 면앙은 요즘 말로 소통이다. 신체의 소통은 원활한 혈액 순환이기에 건강을 말하고, 상하의 소통은 공동체 사회의 기본을 뜻하기에 곧 평등을 의미하리라.

최한선<전남도립대 교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