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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대표이사 윤만준)은 북측의 요청에 의해 불가피하게 다음달 1일부터 금강산관광 운영을 2박 3일 기준으로 일일 관광객 수를 600명 선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북측은 지난 주말(27~28일 사이) 구두로 현대아산의 고위관계자에게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하루 1000~1200명(당일·1박2일·2박3일 코스)씩 금강산관광을 해왔던 국내 관광객들이 앞으로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북측의 일방적이고도 급작스러운 통보로 무더기 예약취소 사태도 예상된다.

현대아산은 29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9월중 당일 및 1박 2일 금강산관광 예약자들에게는 납입 관광금액 전액을 환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금강산 관광객 수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며 "북측과 긴밀히 협의해 금강산관광을 조속한 시일 내 정상화시키도록 하고, 대북 사업도 향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 측의 이 같은 의지표명과 달리, 이번 '금강산관광객 축소사태'로 인해 현대의 대북 사업은 타격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북측이 '김윤규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돌연 사퇴'를 이유로 '600명 제한'을 통보한 것으로 보여, 이번 사태의 조기 진화에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김윤규 암초' 부닥친 현정은

특히, 이번 사태로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이 곤욕을 치르게 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과 개성시범관광을 통해 현대 '대북사업의 퀸'으로 부상했지만, 결국 '김윤규 암초'에 부닥쳐 대북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6일,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김윤규 부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백두산관광을 협의한 직후, 오랫동안 현대에서 대북 사업을 지휘해온 김윤규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게 됐고, 북측은 이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에 따르면, 남북경협을 담당하는 북측의 최고위당국자는 김윤규 부회장의 퇴진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현대아산이 김 부회장의 사퇴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난 직후 그를 사퇴시킨 것은 신의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이 북측 최고위당국자는 "현대아산이 새로운 협상자로 내세운 윤만준 사장에 대해서는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으며, "이번 일로 개성과 백두산관광을 비롯한 남북경협사업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개성 본관광 대가 대북협상도 난항

현대아산은 지난 26일 첫 시범관광을 시작한 개성관광 대가에 대한 대북협상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북경협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김윤규 부회장이 이 협상에도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해 현대의 협상력이 매우 떨어진 상태"라며 "북측은 '1인당 개성 하루관광 대가를 155달러 이하로는 단 한푼도 깎아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어 현대가 곤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개성관광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북사업 무대에 얼굴을 내민 현정은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국면이다.

한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측은 이번 일을 오래 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주영-정몽헌-김윤규로 이어지는 대북사업 라인의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정도로 끝내고 말 것"이라고 조망했다.

현대아산보다 북측이 금강산관광으로 이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방치해 '자기사업'에 해악을 끼칠 리 만무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