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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못피하는건 죽음과 세금뿐이라고 한다. 한데 카리브해 쿠바 남쪽에 섬 세개로 이뤄진 영국령 케이맨군도가 조세피난처가 되고 있다. 이곳은 해양스포츠 천국이자 세계적 휴양지로도 이름 높은 곳이다.

또 케이맨군도는 세계 5위 금융중심지이기도 하다. 각국의 280여개 은행, 780여개 보험회사, 560여개 자산운용사와 함께 8만여 개 기업이 이곳에 등록돼 있다. 5만3000명 인구보다 기업이 더 많다. 대부분 기업은 직원이 한명도 없는 서류상 회사, 페이퍼 컴퍼니다.

작은 건물 하나에 서류상 입주업체가 1만 개가 넘는 경우도 있다. 케이맨군도에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빼고는 세금이 전혀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케이맨 군도에 서류상 회사를 만든 뒤 이 회사가 실제 영업을 하거나 투자를 한 것처럼 회계처리를 해 본국에서 내야할 세금을 피하고 있다.

OECD는 케이맨군도처럼 세금이 아예 없거나 아주 적고, 자금 흐름이 불투명한 30여 개 국가·지역을 조세피난처로 지정했다. 이 조세피난처들에 흘러들어간 돈은 5조~7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조세 피난처 때문에 세계 각국이 입는 세수(稅收)손실이 한 해 2000억 달러가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과 유럽은 조세피난처와의 전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검찰이 최근 900억 원대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국내봉제인형회사 대표를 기소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같은 조세피난처에 서류상 회사를 세워 비밀계좌로 옮기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국세청은 작년에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빼돌린 6224억 원을 찾아내 세금 3392억 원을 추징했다. 올해는 역외(域外)탈루소득 색출 목표를 1조 원 이상으로 정해놓고 있다. 작년에 국내기업들이 조세피난처 국가·지역에서 수입했다고 신고한 금액은 428억 달러였다.

그런데 이들이 실제 수입대금으로 지출한 돈은 1317억 달러였다. 조세피난처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해 볼만한 부분이다. 국내 30대 그룹 해외계열사 1800여개 중 230여개가 조세피난처에 설립돼 있다는 조사도 있다.

이처럼 갈수록 지능화·첨단화하는 탈세를 막기위해 이곳 광주지방국세청에 첨단 탈세방지센터가 발족됐다. 국세청은 신종 금융거래기법을 이용한 탈세수법 색출과 사이버거래 상시 모니터링·세무검증, 과학적 과세증거자료 확보 업무 등을 위해 센터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본청 및 비수도권 지역 지방청에 1개과 규모로 설치했다. 수도권지역을 관할하는 수도권센터는 과 단위 별도조직으로 본청 조사국 내에 설치된다. 지방조직은 대전청·광주청·대구청·부산청에서 운영한다. 가장 중요한 센터의 기능은 선물·스왑·옵션·장기보험 등을 적극적 조세회피수단으로사용하는 공격적 조세회피 금융상품거래와 전자세금계산서 및 인터넷뱅킹을 가장한 거래 등을 이용한 탈세수법을 조기에 색출하고 관련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공조를 강화해 음성적 현금거래와 차명계좌를 이용한 지능적 탈세혐의자를 정밀추적해 관리한다. 일부 기업과 부유층의 탈세를 과학적으로 막아야 할 것 같다.

고운석<시인. 무진주문화마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