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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로비' 의혹을 받고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미국 체류당시 국내기업 10여 곳으로부터 5억여 원을 받은것으로 알려져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한데 또 오리온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국내 유명화랑인 서미갤러리와 수상한 거래를 한 흔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미술품 100억대 거래…3년만에 매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팔리지 않는 그림이 쌓이고 있는 이때에도 좋은그림은 사놓으면 부동산 투자보다 낫다고 한다. 울리 지그의 주장으로 "지난 30년간 가장 성공적인 투자는 미술품이었어요.물론 그림을 팔지는 않겠지만 수익률 측면에서 주식과 부동산을 압도한다는 말입니다." 그의 말에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1980년대 100달러였던 그림이 1990년대 1000달러, 2000년대 들어 100만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작품도 한 점이 아니라 무려 2100여 점이다. 값으로 따지면 천문학적인 액수다. 지난 30년간 중국 현대미술을 수집한 스위스 출신 컬렉터 울리 지그(64)의 이야기다.

중국 현대미술을 논할때 빼놓을 수 없는 그가 지난 18일 덕수궁미술관을 찾았다. 19일 국립현대미술관 초청 강연회 참석차 방한한 그는 지금까지 수집한 2100여 점을 중국에 기증하는 방식안을 고심하고 있다 했다. "오랫동안 기증을 생각했어요.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 셋 가운데 한 곳을 생각하고 있는데 박물관을 세우는 방식 등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기증방침을 굳힌것은 세계미술시장에서 막강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 현대미술품을 정작 중국에서는 볼수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파리에 갔는데 인상주의 그림을 못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중국에서 난 미술품은 중국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품 컬렉션은 사실 개인의 영역이다. 구태여 사회나 국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그점에 불구하고 그는 중국 미술에 대해서만큼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가 수집한 그림들이 1970년대 이후 중국 개방의 기록이자 중국 현대인의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취향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하듯 시대별·분야별로 꼭 필요한 작품을 수집해 왔기 때문에 '지그 컬렉션' 없이는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중국 현대미술 전시를 할 수 없을정도다.

어떤 동기로 중국 미술품을 사들였을까. "1979년 중국 경제가 첫 문호를 개방한 첫날 저는 중국에서 있었습니다. 중국 현대미술이 태동하던 시기였죠. 대학때부터 서구 미술품을 사들였던 저는 자연스럽게 중국 현대미술로 눈을 돌렸어요." 중국 현대미술이 전 셰게 미술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그 전까지는 누구도 작품을 사려고 하지 않았고 중국인들조차 자국 현대미술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경제대국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미술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중국 현대작가는 가장 뜨거운 투자대상으로 떠올랐다.

주로 투자를 보면 똑같은 색이라도 흐린쪽보다는 밝은쪽 그림의 값이 더 나갔고, 세로 캔버스보다는 가로 캔버스가 더 인기가 높았다. 옷을 많이 입은 그림보다는 누드그림이, 남성보다는 여성누드가 더 많이 팔려나갔다. 화가들은 참고해야 할 것 같다.

고운석<시인. 무진주문화마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