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부처는 탄생에서 깨달음, 열반에 이를때까지 나무와 관계를 가지고 있다. 태어날 때는 룸비니동산의 무우수=아수가수 아래서 태어났는데 마야부인이 안산을 해 그 나무를 '무우수'라 했다한다. 깨달음은 보리수 아래서 얻었다.

우리나라에선 깨달음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행법을 선(禪)이라고 한다. 석가모니 부처가 연꽃 한 송이로 시작한 것이 선이다. 여러 제자들 옆에서 연꽃을 보이자 그 뜻을 알겠다는 듯 웃는 가섭에게 석가모니는 그 자리에서 가사를 전했던 것이다.

선에서 화두(話頭)를 중시한다. 인간은 물론 삼라만상이 무엇이며,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의 궁극적 질문에 대한 깨달음의 방편으로 화두가 필요하다.

한데 부처님 오신 날이 우리나라는 어제였지만 나라에 따라 다르고 또 봉축하는 방법도 같지가 않다. 고대 중국에서는 2월 8일, 서역에서는 5월 5일에 경축했었다. 지금은 인도·동남아 등 소승(小乘)불교국가들에서는 2월 15일에, 한국·일본·중국 등 대승(大勝)불교국가들에서는 주로 4월 8일에 석탄을 봉축한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도를 깨달았다는 인도 부다가야의 성도성지(成道聖地)에서 석탄봉축을 하는 것을 관광객들은 보고 온다. 새빨갛고 샛노란 부겐빌레아의 원색적인 꽃을 불단에 바치거나 그 화환을 목에 건 신도들이 땅바닥에 포복하고서 대탑(大塔)을 돌고 있다.

소승불교권에서는 이처럼 꽃을 바칠 뿐으로 연등(燃燈)하는 습속은 없다한다. 중국 고금의 세시기를 뒤져보아도 꽃을 바치고 오색향(五色香)을 푼 향수로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灌佛)을 했을뿐 연등했다는 기록은 희미하다.

일본에서도 초파일을 '화제(花祭)'라 부르고 역시 헌화하거나 관불을 할 뿐 연등하는 습속은 없다. 이렇게 살펴놓고 보면 석탄일에 연등을 하는것은 사찰 곳곳에서 보듯 우리나라뿐이며, 새삼 다시 보아지는 주체적 봉축민속이 아닌가 싶어진다.

연등이 불경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반열반경>, <인왕경>, <불설시등공덕경> 등에 선남선녀로 하여금 참회 멸죄(滅罪)케하며 불법에 귀이하여 공덕을 얻게 하는 수법으로 등을 켜라는 말이 나와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등기록은 불교가 신라에 들어온 지 40여 년 후인 진흥왕 23년(서기 562년) 팔관회 때 연등했다는 기록이 나오고, 그후 정월 보름날마다 황룡사(皇龍寺)에서 임금이 관등(觀燈)을 하고있다.

그후 고려현종(顯宗)때 2월 15일 연등을, 고려 고종(高宗)때에는 4월 8일에도 연등을 하고있다. 그래서 고려 말의 권승(權僧)인 신돈(辛旽)의 집에는 1만을 헤아리는 등을 달았다는 기록까지 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초파일 연등은 불사(佛寺)에 국한된 행사가 아니었다. 집집마다 높은 등간(燈竿)을 세우고 자녀수만큼 등을 달았다. 사내아이면 거북등, 잉어등, 북등을, 계집아이 같으면 알등, 방울등, 수박등을 달았다.

지금과는 달리 초파일 전야에 이 등도둑이 성행했는데 총각놈들 맘에든 아가씨집 지붕에 올라가 그 아가씨 등을 훔쳐다가 저희집 제 등 옆에 걸어둔다. 내외가 심했던 시절의 공인된 구애(求愛) 프로포즈로 애교가 있다.

중부지방에서는 이 휘황찬란한 한양의 관등(觀燈)을 하고자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등에 업고 수백리 행차하여 남산(南山)에 오르는 것이 효도의 한 관례가 돼 있었으며, 남산 관등을 해야 극락열반할 것으로 알았다. 불교식 장례때에 제단에 지화(紙花)를 장식하는 것은 부처입적 때의 사라쌍수꽃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운석<시인. 광주시 남구발전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