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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도 지나고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면 망둥이 낚시도 제철을 맞는다. 망둥이 낚시꾼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은 전북 김제시와 군산시를 경계 짓는 만경강. 특히 요즘 만경강 다리 위에는 평일에도 적지 않은 낚시꾼들이 망둥이를 잡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다 동군산 나들목으로 들어서면 군산시 대야면이 나온다. 대야 읍내에서 남쪽으로 2km 더 내려가다 보면 김제시로 넘어가는 길에 만경강 다리가 있다.

만경강에는 서해 바닷물이 하루에 두 번씩 들어왔다 나간다. 바닷물이 들어온 뒤 물결이 잦아들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강에 낚싯대를 드리우면 어렵지 않게 망둥이를 잡을 수 있다.

따로 배를 마련할 필요도 없다. 다리 위에서 강으로 길게 낚싯대를 던지기만 하면 된다. 초보자라도 한 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펄쩍펄쩍 뛰는 망둥이 2~3마리 정도는 낚아 올릴 수 있다. 미끼로는 새우, 갯지렁이 등을 주로 쓰는데 일반적인 미끼로도 잘 잡힌다.

망둥이는 남도지방에서는 ‘운지리’라고도 불린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강 하구나 얕은 바닷가에서 많이 잡힌다. 특히 이맘때쯤 낚아 올린 싱싱한 망둥이를 그 자리에서 회 떠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은 일품이다. 서해안이 고향인 이라면 누구나 이 맛을 알 것이다.

회로 먹는 방법 말고도 망둥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별미로 유명한 망둥이 구이를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낚아 올린 망둥이를 긴 꼬챙이에 꽂아 숯불에 익힌다. 그 다음 양념간장을 망둥이에 두르고 다시 한 번 구우면 망둥이 구이가 완성된다.

콩나물, 고사리 등을 망둥이와 함께 넣고 끓여 먹는 망둥이 전골도 맛이 좋다. 또 무를 굵게 썰어 넣고 고춧가루를 넉넉하게 풀어서 얼큰하게 끊인 망둥이탕의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는 망둥이 말린 것을 저장해 두었다가 먹기도 했다. 망둥이를 소금에 살짝 절인 다음 잘 말려서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아 두고 조금씩 꺼내 먹는 것이다. 이렇게 말린 망둥이를 양념장을 발라 밥과 같이 찌면 훌륭한 밑반찬이 됐다. 말린 망둥이는 어른들의 좋은 안주가 되기도 했다.

만경강에 오면 맛있는 망둥이만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는 볼 만한 것들이 많아 1박 2일이나 무박 2일 일정으로 여행을 오는 것도 좋다.

근처 김제에서는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지평선 축제가 열린다. 김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제의 지평선은 누가 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장관 중의 장관이다.

또 김제평야의 넓은 밭이 황금색으로 물드는 가을이면 밭을 가로지르는 도로 주변에는 코스모스가 핀다. 코스모스 길을 따라 황금 들판을 달려보는 것도 이곳에서 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다.

벽골제도 빠뜨릴 수 없다. 김제의 벽골제는 4세기경 백제인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저수지로, 고대에 만들어진 최대의 저수지다. 벽골제 바로 앞에는 소설가 조정래 씨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주제로 한 아리랑 문학관도 있다.

만경강 다리를 지나 죽산을 넘어서면 조선 인조 때 진묵대사가 세웠다는 망해사가 나온다. 이곳은 관광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절에 오르면 서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래서 이름도 망해사(望海寺)다.

망해사에서 내려다보이는 심포항은 껍데기가 둥글고 연회색인 백합(白蛤) 조개가 많이 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들르면 백합죽과 백합조개구이를 맛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