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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구성원들 가운데 “과연 총장선거가 제대로 치루어질 수 있을가”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자격심사, 예비선거, 본선거를 거쳐 1․2위 후보가 결정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들은 조선대학교 구성원들의 역량이 살아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학자들이 이야기 하듯이 선거가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제도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그 이외의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일 수 밖에 없다.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를 포함해 각종 선거에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우리가 그 결과에 승복하는 까닭은 그 ‘대표성’을 인정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법인 조선대학교」이사회에서 구성원이 1위로 선출한 후보가 아닌 2위 후보를 제14대 총장으로 선임함으로써 파문이 증폭되고 내부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현행 사립학교법과 정관에는 총장 선임권은 이사회에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니, 이사회의 결정이 불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디 세상에 법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법과 규정도 구성원의 뜻에 따라 제정되는 것이고 개정되기도 하는 것 아닌가.

더욱이 총장선출 업무를 관장해 온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에는 이사 가운데 한 명이 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고, 선거 결과를 무순(無順)이 아닌 1 ․ 2위를 명시하여 추천하기로 한 내용의 선거규정을 이사회가 의결한 데에는 구성원의 선거결과를 이사회가 수용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1 ․ 2위 가운데 면접을 통하여 한 명을 뽑을 권한이 이사회에 있다는 주장은 상식밖이며, 그것은 공개초빙(공모)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보다 본질적인 것은 지금의 이사회가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도 좋은가 하는 것이다. 이사회의 기본적 기능은 대학발전에 필요한 재정적 충당을 도모하는 것이고, 그를 통해서만이 이사회는 구성원으로부터 정통성(legitimacy)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이사들이 대학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한 바가 전혀 없고, 등록금 의존율이 90%가 넘는 현실에서 이사들이 권리만을 주장한다는 것은 합법을 가장한 독재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누구로부터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사회는 무엇이 구성원들의 총의를 존중하는 것인가를 직시하고 대학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수열<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