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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는 요녀이다. 그 마력 앞에서는 신앙도 녹아서 피가 된다. W.셰익스피어의 말인데 미가 죽어야 덕이 산다고 H.K.화이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데 이 미인계에 빠져 나라를 망치고 인생을 망친 사람이 수없이 많다.

춘추전국시대 월왕(越王) 구천(勾踐)은 오(吳)나라에 원수를 갚고 패자가 되고자 했다. 오나라 왕 부차(夫差)에게 회계산에서 패해 신하가 된 구천은 와신상담 실력을 기르며 기회를 노렸다.

구천이 회계산에서 돌아온지 7년이 되던 해 군대와 백성을 훈련시켜 오나라에 복수하려고 하였다. 대부 봉동(逢同)이 간하여 말렸다. 2년의 세월이 지나 오왕 부차가 제(齊)나라를 공격하여 이기고 돌아왔다. 이에 월나라는 식량을 빌려달라고 하였다. (요즘 북한에 식량을 줘야한다는 쪽과 주지 말자는 쪽을 보는 대목인데) 오자서(伍子胥)가 극구 반대하는데도 부차는 빌려주었다.

구천이 대부 문종을 불러 말했다. "내 듣기로는 오왕이 음란하여 색을 좋아하여 정사를 그르친다니 이를 이용하여 일을 꾸미면 어떻겠소?" 문종이 말했다. "좋습니다. 오왕이 음란호색하니 미녀를 보내면 반드시 받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미녀 두사람을 골라 보내시기만 하면 됩니다." 구천이 곧 미녀를 찾아 저라산에서 두 미녀를 얻었으니 바로 서시(西施)와 정단(鄭旦 )이다.

이들을 궁중으로 데려와 비단 옷으로 치장을 하고 화장과 걸음걸이를 가르치고 궁중의 풍습을 익히게 하였다. 삼년간 가르친 후 오 왕에게 보냈다. 오왕 부차는 크게 기뻐하며 "월나라가 미녀 두사람을 바치다니 구천이 진정으로 오나라에 충성하는 징표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하였다. 이를 보고 오자사는 이렇게 간했다.

"아니오. 왕께서는 저 여인들을 받지 마십시오. 다섯가지 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다섯가지 음은 사람의 귀를 멀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옛날에 걸왕이 탕왕에게 쉽게 멸망당하고 은나라 주왕이 주나라 문왕에게 망했습니다.

왕께서 지금 이를 받아들이면 후에 반드시 재앙이 있을것입니다." 오왕은 이를 듣지 않고 두 여자를 받아들였다. 부차가 날마다 두 여인에 빠져있는 동안 차근차근 국력을 쌓은 월나라는 오나라를 쳐들어와 결국 부차가 자결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전쟁 등에 여성을 이용하는 것을 일러 미인계(美人計)라 한다.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바 미인 초선을 이용해 통탁을 죽인것도 바로 미인계이다. 한데 지금 대만에는 중국의 미녀 여간첩이 3천 명이나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대만의 한 장군이 2004년 이후 올해까지 7년동안 대만의 주요 기밀자료를 중국에 제공해오다 지난 2월 구속됐다. 대만을 흔들었던 '장군 간첩 사건' 장본인 뤄셴저 소장은 8년 전 주태국 대표처 무관으로 근무할 당시 중국의 여 간첩을 알게되면서 간첩 활동이 시작됐다.

뤄 소장은 '부적절한 관계'까지 맺고 중요 기밀을 모두 이 여간첩에게 넘겨줬다. 네덜란드 출신의 '마타하리'는 미녀 스파이의 대명사다. 그는 세계 1차 대전 당시 프랑스 파리 물랭루주의 댄서로 사교계에서 명성을 날리면서 프랑스 군부와 정계의 고위층으로부터 정보를 빼내 독일에 넘기다 1917년 프랑스 정부에 체포돼 반역죄로 총살당했다. 하지만 그가 프랑스와 독일을 오간 이중 스파이라는 설도 있다. 일본에서는 '가와시마 요시코'가 있다. 청나라 왕족 출신으로 여섯살 때인 1912년 일본에 양녀로 보내진 가와시마는 일본간첩으로 활동하며 일본 괴뢰정권인 만주국이 세워지는 과정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는 1948년 중화민국 정부에 의해 반역죄로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와시마와 함께 일본의 양대 여성 스파이로 꼽히는 '미니미죠 구모코'도 장제스 대만 전 총통에 대한 암살을 두번이나 시도하는 등 중국에서 여러 작전에 참가했다.

한국에선 일제시대 이화여전을 졸업한 미모의 인텔리 여성 김수임이 대표적이다. 그는 해방 후 당시 미8군사령부 헌병대장 존 베어드 대령과 동거하면서 북한 초대 외교부장을 지냈던 애인 이강국에게 미군 정보를 넘겼다.

그는 1950년 체포돼 총살됐으나 2008년 이강국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요원이었다는 기록이 발견돼 김수임사건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008년엔 탈북자로 위장한 여간첩 원정화가 체포돼 충격을 줬다. 원정화는 위장탈북해 국내로 들어온 뒤 2005~2006년 군장교들과 교제하면서 군사기밀과 탈북자 정보를 빼냈다.

이 말고도 입으로는 안보강연을 하며 손에는 독침 들고 보수단체 대표 테러기도를 한 위장간첩이 당국에 체포됐다. 한데도 친북좌파들은 간첩이 없다고 한다. 미인계를 쓴 여간첩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북좌파 세력들도 잘 살펴야 겠다.

고운석<시인. 광주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