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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에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누가 언제 지어낸 말인지는 몰라도 오늘날 사는 우리의 경우에서 보면 과연 실감이 나는 말이다. 인류가 언제 이 지구 위에 생을 받아 살아 왔는지는 확실치는 않아도 그 동안에 변화가 있고 진보가 있어 온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 변화에는 마치도 산 곡간에 흐르는 물과 같이 언제나 동일한 속도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침체가 있는가 하면 격동이 있다. 만일 유럽의 중세기를 전자의 예라고 한다면 그 뒤를 따른 르네상스가 후자의 표본일 것이다.

그러나 본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 人間은 일찍이 경험하여 보지 못한 독발적인 변천을 목격하고 있다. 기나긴 지난날의 목가적인 사람의 생활에 이제 모진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당황할 만한 격류에 비하면 금세기 이전의 변동을 실로 미미한 시냇물의 잔물결에 지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동은 과학적 기술의 소산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 변동은 이제까지 공포의 대상이었던 자연 환경의 정복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주로 물질적 변동으로 우리의 생산력을 증강하고 우리의 힘을 능력화, 확대화하여 우리의 생활을 편리화 하는 이기의 생산과 같은 외형적인 변동·발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오직 물질적·외양적인 것에 그치는 것으로 생각 하여서는 안 된다. 이것은 또한 인간의 내적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인생관·세계관에 변화를 가져오고 그의 가치관을 개신하여 그의 행위에 반영되고, 그의 존재 질까지도 개조한다. 따라서 현대인은 오늘날의 심각하고도 급격하나 변동 속에서 그의 물질적·정신적 생활을 영위하여야 하는 것이다.

21C 이전의 인류의 생활은 비교적 안정되고 항구적인 생활양식과 사상 사회 질서에 정착되어 있었다. 거기에 그는 안전과 영속성에 안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항상 급변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은 이제 그가 의지할 항구성을 상실하고 있다.

영구성이 죽은 것이다. 어제의 나의 직업의 오늘의 나의 직업이 아니며 어제의 나의 이웃이 오늘의 나의 이웃이 아니며 어제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오늘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이제는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유리그릇과 같은 것이 되고 있다. 지난날 대가족 제도는 혈연으로 맺어진 영원히 헤어질 수 없는 것으로 생각 되었지만은 오늘은 핵가족으로 분열되고 있다. 어디서 항구성을 찾을 수 있는가? 지난날의 인간 생활이 물결 잔잔한 항구 안에 무거운 닻을 내리고 안정과 안전을 확보하고 있던 것이라고 한다면 오늘의 그것은 마치도 망망대해에 뜬 편주와 같아서 안정도 안전도 불변성도 찾기 어려운 것이 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의 진보를 위하여 인류가 치러야 하는 대가인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입시위주의 수업만 지향하다보면 머지않아 모든 것이 상실되어 교육의 정체성, 가치관, 본질은 없어지고 지식위주의 당위성만 강조하게 되어 인성교육은 뒷전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중요시하는 인성교육과 자주성 그리고 민주시민이 지녀야 할 모든 항구성은 서서히 상실되고 말 것이다.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