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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9일 박희태(74) 국회의장을 한남동 공관에서 방문 조사함으로써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 수사가 한 달반 만에 '정점'을 찍었다.

그동안 박희태 후보 캠프의 말단 실무자부터 차근차근 위쪽을 겨냥해온 검찰이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쳐 가장 '윗선'에 있는 박 의장까지 올라온 셈이다.

이제 관심은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범위와 수위가 어느 선에서 결정될 것인지로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박 의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건의 전체 흐름도를 완성한 뒤 처벌 범위를 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일단 김 전 수석은 사법처리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련 진술과 정황증거에서 개입 흔적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선 고승덕 의원실에서 돈 봉투를 되돌려 받은 박 의장 전 비서 고명진(40)씨가 김 전 수석에게 이를 보고했고, 김 전 수석이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왜 돌려주느냐'고 했다는 진술이 확보돼 있다.

여기에 구속기소 된 안병용(54)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구의원들에게 건넬 명목으로 현금 2천만원을 가져온 장소가 김 전 수석의 캠프 사무실 책상이었다는 구의원 진술도 나왔다.

고 의원실에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 지목된 곽모(33)씨도 모호하지만 김 전 수석의 지시가 없었다고 완전히 부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의 사법처리 수위에는 박 의장에 대한 조사결과가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이 김 전 수석만 따로 정당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한 것도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설사 김 전 수석이 돈 봉투 살포 지시자라 하더라도 당시 캠프에서 그의 직속상관이던 박 의장이 과연 책임을 피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전대의 최대 수혜자가 후보였던 박 의장인데 그 밑에서 상황실장으로 일했던 김 전 수석의 처벌 수위가 더 높다면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점도 검찰의 고민이다.

그러나 박 의장은 이날 조사에서 사퇴 기자회견 때 주장처럼 돈 봉투 살포 지시 및 보고에 관해 '그때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돈 봉투 관행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캠프의 금전 문제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부 내역을 모른다는 취지로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의장과 김 전 수석 모두 기소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 모두 구속영장은 청구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즉 불구속 기소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안병용 위원장의 경우 수사 초기 입 맞추기, 자료 폐기 등 증거인멸을 우려해 구속 수사한 측면이 있지만 김 전 수석이나 박 의장은 이미 그럴 시기가 지났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이 이번 주중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는 않겠다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검찰이 김 전 수석을 더 부르지 않겠다고 공언한 점과 박 의장까지 조사를 마친 뒤 일괄적으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외에 캠프 재정·조직담당인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과 공보·메시지 담당인 이봉건(50)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도 사법처리 대상에는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명은 주말과 휴일 각각 검찰청사에 불려와 조사를 받았다.

물론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시기와 신병 처리는 반드시 연계되는 건 아니다"라는 원칙적인 언급을 반복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