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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의원을 뽑는 4·11 총선이 불과 20일 밖에 남겨두고 있지 않다. 정상적인 경우라는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과정은 예선에 불과하고 유권자의 보다 큰 관심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국민의 최종 선택인 본 선거에 모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풍토는 공천이 본선거 보다 더 중시되면서 정치 지망생들 또한 공천에 전력투구하고 공천만 받으면 한숨 돌리며 거의 당선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가. 영남 중심의 지역 패권주의와 이에 맞선 호남의 저항으로 대표되는 지역갈등이 초래한 ‘정치적 지역지배현상’의 파행상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적 피해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지역은 야당의 강고한 텃밭이 되어 왔고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 까지도 광주·전남 지역에서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광주·전남 지역에서 이처럼 높은 지지를 받아온 민주통합당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며 그 책무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민주통합당은 광주·전남 지역의 민심을 하나로 묶어내며 지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 해야 할 것이다. 왜냐 하면 이곳 유권자들이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데는 그나마라도 민주통합당이 아니고서는 정치적 장래를 맡길 정당이 없다는 기대 심리가 베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민주통합당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가. 결론적으로 너무 실망스러울 뿐이다. 총선을 앞두고 그들이 보인 모습 어디에도 지역민을 위무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지역민의 여론을 겸허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수용하여 후보를 결정하기 보다는 수많은 모순점을 지니고 있는 ‘모바일 투표’를 충분한 대비책도 없이 도입함으로써 모든 예비후보자를 범죄자로, 유권자를 공범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 뿐인가. 민주당 예비후보 그 누구에게서도 지역민을 감동시키는 정책을 제시하고, 그 동안 지역 대표정당으로서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한데 대한 진솔한 반성과 용서를 구하는 겸손함을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정치학원론에는 “정당이란 정치권력 획득을 위하여 주의·주장을 같이하는 사람이 만든 결사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같은 정당원(政黨員)이면 최소한 동지(同志)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하여 아무리 권력을 놓고 경쟁하기로서니 동지들 간에 페어플레이는 뒷전이고 미행에 고소·고발이 판치는 난장판을 만들어 대는가.

어떤 후보는 무려 120건이 넘는 고소·고발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하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한 때 광주지역이 무고(誣告)가 가장 많은 곳이란 불명예를 안고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망령이 다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숙명적으로 아직까지도 민주당 이외에 정치적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민의 입장에서, 민주당에 대한 기대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민주당이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것 또한 지당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민주당은 어떻게 하는 것이 광주·전남 지역민에 대한 도리이자 책무를 다하는 것인지를 깊게 성찰함으로써 후보결정과정에서 지역민들에게 안겨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만이 정치발전과 국민통합에 토대한 선진사회를 기약할 수 있고, 민주당 스스로도 수권정당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오수열<조선대 사회과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