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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혈기 왕성한 사람을 빼고는 전쟁만큼 나쁜 정신적 전율이다.

모든 정신이 그곳에 집중되는 진흙탕 목욕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영국의 격언은 부패한 국회의원을 선출한 것은 부패한 국민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한데도 우리나라에서 선거철이면 부정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 고장에서 일어난 선거 부정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60~70년대 일이지만, 특히 총선거 부정사건 중 릴레이 투표 다음으로 닭죽 사건과 쌍가락지 사건이 유명하다. 닭죽사건은 녹차로 유명한 보성에서 일어난 일이고, 쌍가락지 사건은 배로 유명한 나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승리한 것으로 내다봤던 자유당 후보 A씨의 개포 중간 결과가 점점불리해지자 그의 참모들이 모의하여 개표종사자들에게 밤참으로 자정쯤에 제공하는 닭죽에 수면제를 넣어 주었던 것이다.

닭죽을 먹은 개표원들이 잠깐 잠든 사이에 투표용지를 바꿔치기 한 것이 이 사건이다.

여당 참모들이 미리 A씨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준비하였다가 야당 후보 B씨 표와 같은 매수를 바꾼 것이다.

사건이 들통 나자 전국이 떠들썩했으며 결국 주모자들은 구속 되어 재판에 회부됐고 오랜 재판 끝에 A씨의 당선은 무효가 되었다. 따라서 얼마 후 보궐선거가 실시되었던 것이다.

A후보는 전연 모르는 사이에 과잉충성한 참모들이 꾸민 사건으로 말미암아 점잖은 인격자였던 A씨의 명예는 크게 훼손됐던 것이다.

그리고 나주에서 있었던 쌍가락지 사건은 개표 종사원이 야당 후보 지지표 옆 란에 또 하나의 동그라미(○)표를 찍어 무효표로 만듦으로써 여당 후보 C씨가 당선되도록 꾀한것이다. 그 시절엔 붓대통 같은 막대기로 기표하면 ‘○’표가 찍어지는데 그 옆란에 ‘○’표를 하나 더 찍으니 쌍가락지 같이 ‘○’표가 두 개 되는것.

지금은 ‘○’표 안에 사람 인 자 같은 ‘ㅅ’기호가 하나 더 들어가 있지만….

하여튼 개표종사자들이 야당 참관인들이 시원찮은 곳에서는 슬쩍슬쩍 무효표로 만드는 등 부정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제일 무서워 한 것이 그 시절엔 귀했던 카메라였다. 신문기자들이나 야당원들이 카메라 한 대를 가지고 다니면 다른 당원들이 그 케이스를 빌려서 가지고 다니기만해도 기표소에서나 개표소에서는 모두 긴장하고 부정을 하려다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카메라 한대가 두대 역할을 한 셈이다. 지금은 방송국 무비카메라가 번쩍이고, 또한 휴대폰으로도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과학적인 대명천지가 됐으니 세상이 얼마나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가를 실감한다. 그런데 이를 역으로 이용, 최근 민주당에서 선거 부정의 새 역사를 쓰게했다.

지난 2월 26일 광주 동구에서 후보자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대리등록 혐의를 받던 한 사람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져서다.

민주당이 모바일 투표와 현장투표를 통한 국민경선을 도입하면서 벌어진 일로, 구의원등 8명이 구속되고 유태명 구청장은 입건, 박 주선의원들은 조사중에 있다. 이는 운이 없어 단속에 걸렸을 뿐, 경선에 들어간 의원들은 다 마찬가지었을 것이다. 홍어나 갈비를 주는 부정은 않했지만….

이렇다보니 “우리를 다 범죄자 만들 생각이냐.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4.11총선에 출마하는 한 민주통합당 예비후보가 국민경선을 놓고 한 말이다. 사실 여론조사 조작 파문으로 궁지에 물렸던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이정희 사건을 넘어선 부정이였다.

한명숙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당원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본 선거인 ‘4.11총선’은 공명 정대하게 치려야 할 것이다.

고운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