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광주 민주화항쟁을 이야기하면 항상 군사정권의 치적도 있는데 너무 그러지 말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글쎄... 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일본 제국주의 앞에 핍박받으면서도 산업의 기초가 닦였다는 논리처럼 들리거든요.

제아무리 법 없이 사는 사람이라도 한순간의 실수든 의도 된 범죄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사회정의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을 위해 무고한 시민들을 군화발로 짓밟은 장본인입니다.

어찌 보면 그의 치적은 최고권력자로서 군림하는 동안 온갖 비리와 만행들을 교묘히 덮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은 것인데 우린 아직도 그에 대한 향수와 그 시절 그래도 살기 좋았다고 두둔하는 분들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대학시절 광주항쟁 당시 사진 자료들을 많이 살펴봤습니다. 대부분이 외국기자들이 간직하고 있어서 다행이 온전히 보전된 것들이었지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만삭이 된 여성의 배를 갈라 태아가 삐져 나온 사진을 보고 감히 그를 용서하자거나 역사청산해서 좋을 게 뭐가 있냐는 식의 논리를 펴는 분들을 보면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가 광복하기까지 35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35년후에 민주화 항쟁이 광주에서 발생했네요. 참 뜻깊은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5.18과 8.15... 거꾸로 읽어도 서로를 닮아 있네요.

광복은 우리에게 너무나 특별한 날이죠.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국주의세력으로서 강대국 대열에 들어선 것 자체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갖지만,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만행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겁니다.

그들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고, 마침내 8월 15일 광복을 맞이했죠.

역시 19년간의 군사정권아래에서 말 한마디, 행동하나 함부로 하지 못했던 그 시절 이제는 좀더 사람다운 대접을 받고 살아보자 생각했지만, 또다시 군부쿠데타로 인해 국민들은 또 한번 절망해야 했고, 5월 18일 광주시민들은 분연히 일어섰습니다.

우린 정말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피로 물든 선인들의 고통과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니까요. 전 어떠한 이유에서 건간에 그를 용서하지 못하겠습니다. 언제나 오월이 되면 힘없이 갈라진 배속에서 피범벅이 된채 튀어나온 태아를 끌어안고 울부짖으며 엎어져 있는 그 여성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역사에서 만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전두환이라는 인물이었기에 오늘 우리가 있는 것일까요? 군부 독재 덕에 우리가 좀더 나은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일까요? 마치 주객이 전도 된것처럼... 우리는 너무나 익숙하게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광복과 함께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고 순수하고 순박하게 무던히 열심히 이땅의 민중들은 살아왔습니다. 사실 그들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 그런 건 별로 관심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나와 우리 가족들 입에 풀칠만 할 수 있다면 나랏님이 누구이던 간에 온몸 바쳐 대한민국을 이끌어 왔을 테니까요. 하지만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는 앞으로 언제든지 "성공 가능하다면" 국가를 뒤엎어놔도 훗날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5.18과 8.15... 잊지 맙시다. 언제나 기억 속에 간직하면서 오늘 우리의 삶이 더없이 소중하다 는 것을 되새기며 훌륭하게 생을 이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