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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재에 묻혔던 이탈리아 폼페이의 사창가 유적지에서 로마시대의 홍등가와 성(性)문화를 보여주는 프레스코 벽화가 복원돼 지난해 10월 일반에 공개됐다. 영국 더 타임스는 폼페이의 ‘루파나레’(사창가, 유곽) 유적의 복층 건물 내부 벽면에 성행위를 묘사한 프레스코 벽화가 지난 1년간 25만3천 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생생하게 복원됐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반도 남부에 있었던 폼페이는 로마 귀족들의 휴양도시로 번성했으나,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6m 두께의 화산재에 묻혀있다 18세기 이후부터 본격 발굴됐다. 고고학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은 루파나레 유적은 1862년에 발굴된 이래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거친 바 있다.

프레스코화는 회반죽 벽면에 그린 벽화를 가리키는 것으로, 루파나레는 각 층마다 5개의 방과 1개의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특히 2층은 지위가 높은 손님들을 위한 곳으로, 매트리스가 얹혀 있는 돌침대와 발코니가 따로 마련돼 있는 등 실내 장식이 호사스럽다.

이들 벽화는 당시 이곳에서 일했던 여성들의 이름과 특기를 묘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폼페이에는 당시 여러 곳의 사창가가 있었으며, 대부분 가게나 와인바 건물 위층에 방 하나만을 두고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피에트로 지오바니구초 폼페이유적관리소장은 “고대 로마인들은 성과 외설에 관해 좀 더 자유분방한 태도를 지녔다”고 말했다. 18∼19세기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음란하다고 여겨 국립 고고학박물관의 비밀 창고에 보관되기도 했다. 비록 로마시대의 창녀촌 유물이지만 음란한 부분은 감추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매춘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이다. 유럽의 경우, 중세와 르네상스기에 매춘이 매우 성행했다. 매춘이 제도로 허용돼 면허까지 주어졌던 탓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1526년에 인구 5만5천 명 중 1천900명이 매춘부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 무렵 이탈리아 피렌체 등에서는 경찰이 매춘부 보호를 위해 홍등가를 순찰했다. 독일에서는 결혼식 때 매춘부들이 흥을 돋우는 역할을 했고, 프랑스 리옹에서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시민축제에 떳떳이 참여했다. 매춘이 ‘가정을 지켜주는 요새’로 통했기 때문이었다.

남성들의 성적 에너지 분출구이자 부인과 딸들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해준다고 믿었던 것이다. 미국에서도 매춘은 거의 전 도시에서 성행했고, 1910년 맨법(Mann Act)이 통과될 때까지는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했다.

아시아에서는 매춘이 공공연히 번창하고 있다. 태국이 그 대표다. 한국의 매춘 역사도 꽤 오래다. 고려시대의 기녀(妓女), 조선시대의 기생과 유랑창녀 사당패 등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일제강점기에 생긴 공창제도와 6·25 이후 조성된 기지촌을 통해 매춘이 확대되기 시작, 지금은 매춘부가 어림잡아 150만 명을 넘는다.

성매매방지법 이후 많이 줄어든것 같지만 외국으로 나가기도 하고, 인터넷 등 음지로 파고든 성매매가 늘고 있다.매춘은 16세기 중반 이후 매독 등 성병의 등장으로 범죄로 낙인찍혔으나 세계적으로 여전히 성업중이다. 매매춘을 위한 인신매매 규모가 연간 400만 명에 60억 달러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나라는 엄한 성매매방지법에도 매춘이 끊이지 않자 여성가족부가 연말 회식 후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단체나 회사에 회식비를 주는 행사를 벌여 비난을 받기도 했다.

중세적 생각처럼 성범죄 예방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인지, 아니면 단속기관이 업소와 유착돼 단속을 포기한 것인지 홍등가의 불빛은 오늘도 휘황하다. 더 나아가, 홍등가가 없다면 자녀들이 성범죄로부터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운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