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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얻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권력을 사랑하여만 한다. 권력욕은 성실과는 상관이 없고 거만, 잔인 등 성실과는 반대되는 사실과 맺어진다. 자기를 높이고 남을 낮추는 일과 위선과 사기, 감옥, 요새, 사형, 살인 없이는 어떠한 권력도 생길 수 없고 유지 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 이렇다보니 이기고 나면 공을 내세워 한자리 하려고 한다.

이는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후에도 마찬가지다. “밤이 깊어가자 언론사마다 나의 승리를 못박아 보도했다. 잠자리에 들었다. 모든것이 꿈만같았다. 다음날 이른 아침 보도진의 카메라 불빛이 터지고 환호가 쏟아 졌다” 1997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회고다.

어제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탄생했다. 당선자는 승리를 했다는 그것도 박빙의 승부속에서 이겼다는 기쁨에 가슴이 벅찰 것이다.

쏟아지는 축하인사를 받고 부푼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게 될 것이다. 승리의 1등공신이나 대선 캠프를 기웃거렸던 인사들은 한 술 더 나아간다. 수개월간 피말리는 전투에서 권력을 잡게 됐다는 성취감에 득의양양할 것이다.

당선자 측근들은 ‘이제 우리의 꿈을 실현할 때가 왔다’고 느낄 테고, 어떤 측근들은 ‘내가 어느 자리에 갈까’라는 논공행상을 머리속에 그려보게 된다. 한동안 구름위의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 당선자에게 기쁨은 딱 하루 뿐이다.

역대 당선자들이 그랬다. 하루가 채 지나기 전 그의 눈앞에는 험난한 과제들이 쏟아졌다. “선거가 끝나면 실컷 잠자고 싶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당선이 확정된 순간부터 모두가 나를 찾았다. 숱한 현안들이 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결단해야 했고 또 말해야 했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당시 상황에서 고 김대통령의 고민은 쉽게 이해가 간다.

여건이 좋았던 고 노무현 대통령도 당선 직후 수많은 공약들을 어떻게 실현할지 걱정이 앞었다고 한다.

앞도적인 차이로 승리를 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당선자는 권력을 쥐고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중압감이 거센 파도처럼 몰려들수밖에 없다. 치열했던 선거운동 기간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음을 느낄 것이다.

새 당선자가 풀어야 할 현안들은 지금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대선 승리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방정식이다.

계약직과 실업자를 반복해야 하는 젊은이들, 빚더미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빈고층 노인들. 그들의 일자리를 찾아내야 하고 가계부채의 복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유럽발 경제위기 속에 움츠러드는 기업들의 투자도 복돋아야 한다. 튼튼한 안보를 유지하며서도 경색된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풀어야 한다.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도 복원해야 하고 새로운 G2시대를 맞아 미국·중국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당선자는 무엇보다 대선기간 내놓았던 포퓰리즘 성격의 공약을 일찌감치 ‘실행 포기선언’하는게 어떤가.

국민들의 이해를 먼저 구하고 미사여구로 나열된 ‘무상시리즈’공약을 선별해 버리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여야 대선 후보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100조~150조원의 돈이 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만 절반으로 낮추려고 해도 수조원이 투입돼야 한다.

학부모를 짓누르는 사교육비와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반값 등록금에 앞서 대학숫자를 대폭 줄이는게 먼저다. 함에도 여·야 후보들은 앞다퉈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주장하며 서로 닮은 꼴 공약을 내놓고 있다.

‘깜깜이 대선판’에 유권자에게 드리고 싶은 제안 하나. 지금이라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국민에게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자며 국민들의 피와 땀을 주문하는 후보가 나왔으면한다. 권력욕에 빠져 훗날 더 큰 고통과 자살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고운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