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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례 없을 만큼 치열하게 전개 된 선거전 끝에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제18대 대통령에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다.

아직도 여전히 가부장적(家父長的) 권위주의가 남아있는 한국사회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였으니, 이 사실만으로도 한국사회의 변화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일부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독재자로 인식되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부녀(父女) 대통령이 출현하였으니, 이제 우리 사회를 독재와 반독재로 재단하기란 어렵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당선인은 ‘1871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과반수(51.6%)의 득표를 한 대통령으로도 기록되게 되었다. 다자대결 구도가 빚은 현상이라고 할지라도 반수에 미달하는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대표성(代表性) 시비에 휘말리면서 국정 추진의 동력(動力)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 또한 상당한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박근혜 당선인의 앞날이 반드시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보수대 진보로 극명하게 나뉘어진 가운데 치루어진 선거에서 여전히 반수(48%)에 가까운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에 결코 적지 않는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코 가볍지 않는 역사적 의미와 제약 요인을 함께 지니고 태동한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할까? 첫째, 박근혜 당선인이 선거과정에서 누누이 강조하였던 ‘국민대통합’을 도모하는데 최대의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계층별·나이별·지역별로 심각한 분열과 대립상황에 처해있다. 특히 MB정부 5년간 나타난 ‘편중인사’는 국민들의 마음을 산산조각 내 놓았으며, 집권층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땅바닥으로 추락 시켰다. 박근혜 정부에게 부여된 최대의 과제는 분열과 갈등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치유함으로써 다시 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데 있다.

둘째, 세계적으로 어려워져가는 경제 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고 그러면서도 경제민주화를 함께 도모하는 일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부도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서 3%대의 성장률을 보이는 우리의 경제를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겠지만, 인근 중국이 여전히 8%대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데에서 더욱 노력할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경제 민주화는 선거 기간 내내 중요한 의제였을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이다. 경제성장이 빚은 과실을 전체 국민들이 함께 나누지 못하고 특정 계층과 특정인들이 독점하는 데에서 비롯된 상실감은 성장의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특히 지난날 고도성장을 이루었던 산업화세력의 지원 속에 당선된 박근혜 당선인의 경우 고도성장의 어두운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경제에서의 비민주적 요소’들을 치유하는 일이야말로 정부의 정당성(正當性)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자는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은 제반 법규를 준수토록 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재벌을 비롯한 ‘가진자’들이 최소한의 기존 법규만이라도 준수한다면 일반 서민들의 가진자들에 대한 정서는 많이 부드러워질 것이다. 당선인이 항상 원칙을 강조해 온 터이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셋째, 대북정책에 있어서 균형잡힌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분단상황에서 남북관계는 어느 한 단면을 볼 수 없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까지의 대북정책이 보수적 태도로 일관해 왔던데 반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 진보적 성격을 띠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도 양분되었고 갈등의 양상을 보였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정권이 탄생된 데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의 유화적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작용한 측면도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5년간의 남북관계는 지나친 보수 일변도의 대북정책이 한반도에 미치는 부정적 결과를 실감케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제 새로운 정부는 이러한 경험들에 바탕하여 보다 균형 잡힌 그리고 민족의 먼 장래를 고려한 원대한 대북정책을 전개함으로써 우리에게 안보와 평화가 함께 도모될 수 있었으면 한다.

넷째, 경제·교육·개발 등 모든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 보수적 개발론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경제성(經濟性)과 효율성이어서 자칫 균형을 도외시하기 쉽다고 할때, 이는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챙기지 않으면 지난날의 ‘개발론’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렇게 될 때 지역갈등이 되살아날 수 있고, 국민통합은 깨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크게 유념했으면 한다.

다섯째, 우리나라가 선진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경제발전만이 아닌 국민들의 의식의 선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제도화 하고 활성화 하였으면 한다. 새마을운동에 대해서 부정적 시각을 갖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지난날 새마을교육을 받고 온 사람들의 달라진 모습을 기억하는 세대들의 경우 그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세상이 많이 달라진 만큼, 그에 부합되는 새로운 내용으로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 했으면 좋겠고, 정부가 재정은 지원하되 내용에는 간섭하지 않는 중립적 기관의 ‘민주시민교육원’을 민주·인권·평화의 도시인 광주에 세웠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것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박 당선인이 국만들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천금(千金)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약속은 적게하되, 한 약속은 지켜야하며 매사에 솔선수범하는 검소한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수열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