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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사성어《世說新語》에는 ‘맹인할마(盲人할馬)’ 라는 숙어가 유명하다.

이 뜻은 눈먼 사람이 애꾸눈 말을 타고 달린다는 뜻으로, 장님이 거리감각 없는 애꾸눈 말을 타고 달리는 것처럼 위험한 행동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에 비치는 이 말은 우리 세간과 많이 닮은 형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도 그렇지만, 세간이 정말 어수선하고 비리와 부정이 판을 치고 있지만 그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모르고 자신의 잣대로 만 지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국 동진(東晉)의 화가 고개지(顧愷之)는 중국 회화사(繪畵史)에서도 두드러진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그는 그림뿐만 아니라 박학다재(博學多才)하여 당대의 문장가에다 대사마참군(大司馬參軍)을 지낸 장군이기도 했다.

성품도 소탈하여 우스갯소리로 주위를 웃기곤 했다. 그는 환현(桓玄) 은중감(殷仲堪)같은 고관대작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곧잘 우수개판을 벌였다.

어느 날 은중감의 집에서 세 사람이 모여 우스갯소리를 나누다가 무엇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인가에 대해서 한마디씩 하기로 했다.

맨 먼저 환현이 입을 열었다. "창 끝으로 쌀을 일어 칼로 불을 때서 밥하기." 은중감이 뒤를 이었다.

"백살 먹은 노인이 마른 나뭇가지 기어오르기." 마지막에 고개지가 입을 열었다. "우물의 용두레 위에 어린애 누워있기." 그러자 고개지가 입을 다물기가 무섭게 좌중에 날아든 소리가 있었다.

"장님이 애꾸눈 말을 타고 한밤중에 깊은 못가에 이르기(盲人騎할馬夜半臨深池)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보니 소리의 주인공은 참군이라는 낮은 벼슬을 하고 있는 사나이였다. 그가 뱉은 한마디는 우스갯소리의 大家 세 사람의 '작품'을 압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관 대작들이 놀고 있는데 함부로 끼어 든 것은 무엄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게다가 은중감은 공교롭게도 그때 한쪽 눈을 다친 상태여서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하게 되었지만 그 외람된 사나이를 어쩔 수도 없었다.

이와 같이 자신을 조금만 뒤돌아 보고, 분위기를 간단하게 파악해도 될 일을 자신의 잣대에 맞추어 고집을 부리게 된다. 정치인들의 고집은 그 결과가 자신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고, 그 뒤로 이어지면서 다른 사람들 까지도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아진다.

즉, 정치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식 못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줄줄이 피해를 주게 된다는 뜻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형국으로 발전하게 되는 수가 많게 된다.

최재승<파인뉴스 편집인.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