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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볏이 톱날처럼 된 사연을 아시는 분∼

옛 이야기는 주로 민담이라고 하지만 이런 민담도 있다.

어느 날, 마당에서 낱알을 쪼아 먹고 있던 닭에게 황소가 말을 건넸다. “나는 매일 농사일을 거들고, 또 무거운 짐을 져다 나르기도 하며 온갖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얻어먹는 거라고는 겨우 콩껍데기 아니면 짚뿐인데, 너는 하루종일 하는 일도 없으면서 매일 맛있는 쌀을 얻어먹고 있으니 이런 불공평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느냐?”

그러자 모이를 쪼아 먹던 닭이 황소를 쳐다보며 말했다. “황소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참 답답하네요. 황소님은 아무것도 배운 게 없잖아요. 그래서 힘든 일을 해도 얻어먹는 것은 변변치가 않는 거라고요.

나는 학문이 많아서 별로 힘든 일을 하지 않고서도 맛있는 쌀을 먹는 것이고요.” 그러자 옆에 있던 개가 ‘흥, 잘난 척을 하기는. 지가 뭐가 잘났다고 그런 소리를 함부로 지껄여?’ 하는 생각이 들어 말참견을 했다.

“뭐라고? 이 닭 녀석아!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주제넘게 너 같은 소리를 해? 황소님은 말할 것도 없고, 나 역시 밤잠을 못 자면서까지 도둑을 지키는데, 얻어먹는 거라곤 겨우 뼈다구나 밥 찌꺼기뿐이거늘, 뭐? 네가 학문이 높아서 쌀만 먹는다고?”

개는 아니꼽다는 투로 말을 했다. 그러자 닭은 도리어, “나야말로 이 세상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유일한 벼슬을 하고 있지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새벽에 시간을 알려주는 일은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못할 거요”라고 말했다.

“흥! 그까짓 벼슬? 난 무슨 큰 벼슬이라도 하는 줄 알았더니, 겨우 그 정도냐?” 하고 개가 이죽거렸다. “그 정도라니? 나는 요렇게 아름다운 비단옷을 입고 머리에는 붉은 관까지 쓰고, 또 눈앞에 주먹 같은 육관자까지 붙였으니 틀림없이 벼슬 있는 양반이 아니고 뭐란 말이요?” “흥! 잘도 갖다 붙이는군.” “그리고 황소님이나 개님은 모르시겠지만, 내가 먼동이 틀 때마다 ‘꼬끼오!’ 하는 것을 글자로 옮기면, 고할 고(告) 자와 그 기(其) 자, 중요 요(要) 자, 즉 중요한 것을 알린다는 뜻이란 말입니다.”

닭은 한껏 뽐을 냈다. “하지만 개님께서 짖는 소리엔 아무 뜻도 없지 않나요?” 닭은 개를 보며 비아냥거리듯 말을 했다. 그러자 개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천만의 말씀, 내가 ‘멍멍!’ 하고 짖는 것은 멍텅구리라고 하는 뜻이야.

그러니까 나야말로 양반이지.” “됐네요. 양반은 무슨 양반?” 닭이 어이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개가 말을 이었다. “나는 팔면 두 냥 반이다.” “그래요? 개 팔아서 두 냥 반이면, 그럼 개장수에게 팔려갈 때 마지막으로 양반이 된다는 말인가요?”

닭이 이렇게 놀려대자 화가 난 개는 달려들어 닭의 벼슬을 물어뜯었다. 그러자 닭은 홱 뿌리치고 지붕으로 올라가 개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야, 이놈 개야, 어디 한번 올라와봐라! 여기는 못 올라오지?” 그러자 개는 닭을 놓치고 멍하니 지붕만 쳐다보았다.

지금의 닭의 벼슬이 톱날처럼 생긴 것은 그때 개에게 물려서 생긴 자국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개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는데, 닭이 상팔자이다. 소는 인도로나 가면 몰라도 불쌍하디 불쌍하고….

◆행인의 名판결

“장님 옆에 옹기 짐 세워놓은 게 잘못”

옛날 우리 민담에 장님 이야기가 많은데, 경기도에서 전하는 장님 한 사람은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하루는 길을 가다가 나무 그늘에 앉아서 자기가 앞으로 살아나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이때 옹기장수가 옹기 짐을 지고 가면서 살펴보니 장님이 중얼중얼하고 앉아 있는 것이 이상하여 가만히 옹기 짐을 내려놓고 장님 옆에 앉아서 장님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엿듣고 있었다.

장님 가로되, “달걀을 하나 사서 이 알을 이웃집 닭장 병아리 까는 데 넣었다가 암평아리 같으면 잘 길러야 겠다. 그래 다시 알을 내서 알을 또 병아리로 부화하고 그 병아리를 길러 알을 낳으면 또 알도 팔고 닭도 팔고 해서, 그 돈으로 송아지를 사고 또 송아질 낳고 소가 여러 필 되면 그것도 팔아서 집도 짓고, 나중에 부자가 되면 장가를 들겠다.

그래서 더욱 부자가 되면 첩을 얻고, 첩을 얻으면 큰마누라와 자연 싸우게 될 것이지만 말이야. 만일 그렇게 싸우기만 한다면, 작대기로 ‘이년들’ 하고 때려줘야지.” 이렇게 중얼거리며 장님은 들고 있던 지팡이로 후려갈기니 바로 옹기 짐이 맞아서 옹기그릇이 박살이 났겠다.

옹기장수는 “남의 옹기 짐을 쳤으니 물어내시오” 하며 막 야단을 치고, 장님은 장님대로 “앞 못보는 장님 앞에 갖다놓고, 더군다나 인기척도 없이 갖다놓고 무엇을 물어 달라느냐. 내가 일부러 옹기 짐을 때린 것도 아니요, 나 살아나갈 궁리를 하다가 그랬는데, 물어주지 못하겠다”고 했다.

옹기장수와 장님은 서로 물어내라거니 못물어내겠다거니 하며 싸움을 했다. 지나가던 행인이 옹기장수와 장님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여기서 무엇 때문에 싸움을 하느냐고 가서 물어보았다.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어본 행인은 “이 분은 앞 못보는 장님이요. 또 장님도 모르게 옹기 짐을 내려놓고 당신은 남의 살림 이야기하는 것을 엿들었지 않았소. 장님은 자기 살림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게 때린 것이지 당신의 옹기 짐을 부수려고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 않소. 분명 당신이 잘못했으니 물어달라고 할 수 없지 않소. 어서 갈 길이나 가시오” 하고 판결해 주었다.

그런데 옹기장수가 “이 한 짐의 옹기는 내 전재산이요” 하며 화를 내더니 “당신이 무얼 안다고 판결을 하는 것이요”라며 무시했다. 그러고선 옹기장수는 10리가 넘는 관아로 달려가 장님의 잘못을 주장했지만, 행인이 말한 대로 판결이 내려졌다고 전한다.

/고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