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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더라도 미국의 무역적자가 크고 관세율이 낮은 반면, 우리나라는 높기 때문에 해보나마나 손해라는 주장이 있다.

두 나라 간 관세율만 따지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미 FTA는 이렇게 관세율 인하에 따른 효과만으로 분석하는 것은 너무 협소하게 보는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상품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중국·인도·ASEAN 등 미국 이외의 나라와 경쟁 중이다. 결국 한·미 FTA는 미국 시장에서 이들 경쟁국들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효과가 있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6%에 이르는 등 어려운 상황이나, 수입시장 규모는 1조 7,000억 달러로 세계 최대이며, 중요한 것은 미국 수입시장에서 우리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문제인 셈이다.

아쉽게도 최근 우리 상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80년대 4.6%에서 최근 2.6%로 하락했으며, 작년 대미수출 증가율로만 봐도 우리나라가 5.2% 감소한 반면, 중국 24%, 인도 21%, 일본 6.6% 증가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의 한국 상품의 위치가 축소되고 있다.

평균관세율로 보면 우리나라가 11.9%, 미국이 4.9%로, 관세인하에 따른 재미는 미국이 더 보겠지만, 한·미 FTA를 단순 관세율 차이로만 비교해서는 안 되는 점이 바로 미국시장에서의 이 같은 급변화 때문이다.

미국의 수입시장 규모는 일본, 중국, ASEAN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게 세계 GDP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이 시장을 경쟁국들에게 빼앗긴다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지 않다.

특히 품목별로 살펴보면, 관세율 인하는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자동차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소폭의 관세인하도 가격경쟁력 차원에서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3사의 3500cc급 중형 승용차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가격은 대략 2만~3만 달러. 만약 한·미 FTA 협상을 통해 현재 미국이 적용하고 있는 관세율(2.5%)을 철폐했을 경우 이를 그대로 가격에 반영한다면, 판매가격을 500~750달러 낮추는 효과가 발생한다. 가격에 민감한 미국 소비자들의 성향으로 봤을 때 판매증가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용화물차(픽업트럭) 등의 미국 관세율은 25%에 달하고 있어 관세가 철폐됐을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의 새로운 수출품목으로 부상, 생산라인 증설 등에 따른 투자 및 고용확대가 예상된다.

물론 우리의 승용차 수입관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8% 수준이어서, 이 관세율이 인하 또는 철폐될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미국차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세계시장에서 한국차의 대외신인도가 올라가고 미국의 통상압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자산업의 경우 미측이 영상 및 생활가전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디지털 TV, 프리미엄급 고급가전 제품의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특히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미국에 주로 수출하는 섬유·의류, 가죽·고무, 신발 등은 10~20%의 높은 관세가 매겨지고 있어 만약, 한·미 FTA로 이 부문의 관세가 낮아지거나 철폐될 경우 중국·인도네시아 등 경쟁국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 미국의 품목별 평균관세율 (%)

·양말 (11.5), 티·언더셔츠 (19.7), 고무제 장갑 (14), 가방 및 핸드백 등 (20), 신발·모자·잡화 (11.1) 여기에 한·미 FTA를 통해 기술협력과 교류가 확대되면 기계설비·부품·소재부문에서 무역전환효과가 발생해 고질적인 대일 수입의존도 개선에도 상당부분 기여할 전망이다.

2000~2005년 전체 대일무역적자는 1,039억 달러이며 이중 부품·소재 산업의 대일무역적자가 794억 달러로 76.4%에 달한다.

재정경제부 김동수 경제협력국장은 미국의 관세가 높지 않고 우리는 높기 때문에 협상을 해보나마나 손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 수입시장 규모는 아시아 시장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로 전세계 시장의 22%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폭의 관세율 인하로도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