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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 하는데, 모든 정당은 최후에는 자기 자신이 뱉어놓은 거짓말을 삼키기 위해 죽어버린다고 한다.

한데 지난 대선때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시·군·구 단위의 기초의회 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정치권에서 찬반양론이 일었다. 박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시장·군수 등 기초단체장에 대해서도 정당 공천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 배덕광 해운대구청)는 박 후보의 제안에 대해 “지방자치사에 길이 남을 정치적 결단”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 이상돈 정치 쇄신특위 위원은 당시(11월 7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문·안) 세 후보가 너무 시의에 급급한 것 아닌가”라며 기초단체장·기초의원의 정당 공천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문·안 후보 등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지역일꾼을 뽑아야 할 선거가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 되고 정치 신인의 진출을 막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기초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공천권을 틀어쥔 국회의원들의 사실상 하수인 역할을 하고,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위협할 소지가 있는 능력있는 사람을 키우기보다 말 잘듣는 사람을 공천 주려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민식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유권자 입장에서 ‘일꾼’을 뽑는게 중요하지 당적이 뭐가 중요하냐”고 했다. 반대로 ‘정당 공천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선 “정당 공천을 폐지할 경우 지역 유지들이 행정과 정치를 장악하고, 무소속 후보 난립으로 오히려 유권자의 선택이 제한된다”고 말한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당시 최고위원)은 “정당 공천을 폐지하면 지역 토호나 지역 자본에 정치가 예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상돈 위원은 “(일부 시의 경우) 인구가 100만명이고 국회의원이 3명인데, 예산이나 규모를 볼 때(단체장의) 정당공천 폐지가 적절하냐”고 했다.

설사 정당 공천을 폐지해도 정당이 은밀히 후보를 지원하는 내천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또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 대결의 정치문화를 깨기 위해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가 대선공약으로 추진 중인 ‘기초 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 폐지’ 문제가 ‘위헌(違憲)논란’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정당 공천 폐지는 작년 대선에서 여야가 함께 공약했던 사안으로 현재 국회 정치 쇄신특위에서 본격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당 공천 폐지는 위헌 소지가 커 그대로 추진하기 곤란하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학계에서 잇따라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지 헌법재판소는 2003년 당시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던 기초의원 선거에서 무소속 출마자가 정당의 추천이나 지지를 표현하지 못하게 한 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정치권은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헌재는 “유독 기초의원 선거만 정당 표시를 금지한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국회는 2005년 선거법을 고쳐 기초의원에 대해서도 정당 공천을 허용했다.

민주당 김진표 국회 정치 쇄신 특위 위원장은 최근에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를 만나 “정당 공천 금지가 위헌이라는 법조계 지적이 적잖다”며 “작년 대선 때 위헌 여부에 대한 검토없이 경쟁적으로 정당 공천 폐지를 약속했던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지방 4대 협의체 의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정당 공천 폐지는 여야가 모두 얘기한 사안이지만 위헌 문제가 제기되고 실효성이 있는지도 고민”이라고 했다. 그래선지 민주당은 당 정책연구원을 통해 헌법학자 10여 명과 함께 위헌 여부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는 “2003년 헌재 결정은 무소속 후보의 ‘정당 표방 금지’ 조항에 대해 위훤이라고 본 것이므로 헌재의 ‘정당 공천 폐지’ 문제와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헌법·행정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여야는 공천이든 무공천이든 빨리 답을 찾아 발표해야 한다. 입지자들은 지금 목이 탄다.

고운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