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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옳지 않단다. 우리 몸속에 있는 아름다운 나비를 생각해봐!”

맹목적으로 나비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리 쉽게 믿을 수도 없는 것이다. 어떤 애벌레가 빈정거렸다.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무턱대고 믿을 수 있니? 땅에 있으면서 기어오르는 게 우리들의 삶이야. 우리들의 모습을 암만 들여다보아라! 우리들의 내부에 나비가 들어 있을 법이나 하냐. 최선을 다해서 애벌레의 삶이나 즐기는 거야!”

“어쩌면 그가 옳은 지도 몰라. 우리가 무슨 증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면 단지 그것이 절실히 필요하니까 내가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단 말인가?”하고 줄무늬는 한숨을 쉬었다.

트리나 포올로스 ‘꽃들에게 희망을’의 내용 중 일부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수만은 애벌레들이 어딘가를 행해 기어가고 있다. 그리고 다시 커다란 기둥을 기어오르다가 떨어져 죽고 밟혀 죽으면서도 그들의 걸음은 계속된다.

이 이야기는 마치 우리들의 교육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조차 하다. 결과에 대한 믿음이 서지 않는 교육 과정들, 그 과정과 관련된 대부분은 우리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마치 누군가가 그곳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나도 그곳을 향해 가고 있으며, 어느새 가야하는 것이 옳다고 믿어지는 것과 같은 뿐이다.

교육이 국가의 국운을 좌우하기에 그것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던 선각자들조차 지금의 우리 교육에 대해서는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거의 5년마다 한 차례씩 바뀌고 있는 교육과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교육 철학이 반영되어서인지, 시대나 사회의 큰 변혁을 맞아서인지, 과거 미국에서의 스프트닉 총격처럼 경쟁국에서 국가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안보에 위협을 가해서인지 모르지만, 교육과정의 개정 작업은 그렇게 짧은 주기를 거듭하며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런 상에 교육자들의 교육과정에 대한 믿음은 사라지고, 그렇게 중요하다고 배웠던 교육과정을 잘 이해하지도 못한 채 교당에 서는 우를 범하기 일쑤였다.

적어도 교육과정의 개정 작업은 충분한 준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 개정하여도 늦지 않겠으나 우리의 교육과정은 일단 개정 한 후 나타나는 문제는 그 후에 수정해도 늦지 않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지 않나 싶다.

자습의 실패는 한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수업의 실패는 그 반 학생에게 영향을 주며, 학교 교육 계획의 실패는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나 교육과정의 실패는 나라 안의 모든 학생에게 영향을 주는 중대한 문제인데 어찌 그리도 쉽게 개정을 반복할 수 있을까?

우리의 교육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험 대상이 되어버리는 일정 연령의 학생들이 너무도 많다. 특히 대학 입시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교육과정의 실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국가 백년 대계인 교육에서 실험 대상이 되어버리는 학생이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실험 대상 집단’이라는 것을 느끼는 학생들은 인생의 중요한 시점을 자의와는 전혀 상관없이 실험 인생이 되어 버린다. 실험이란 실패의 위험이 끊임없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도 그 많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대의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실험 인생을 억지 수용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교육과정에 대한 믿음의 부족은 교육을 혼동 상태에 빠지게 하였다. 그리하여 교육에 대한 믿음은 사라지고 이를 불신하고 한탄하며 어린 나이에 서둘러 유학은 떠나는 학생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의 잦은 개정과 충분한 우리화의 실패는 학생들의 학습에 혼란을 야기하여 흥미를 잃게 하고 현실 도피적이고 향락적인 생활에 쉽게 동화되어버리는 주변인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입장이 되어 보자.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