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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경기는 바닥을 찍는 순간 상승의 날개를 편다. 독수리 새끼가 한 번 비행에 성공하면 나는 것을 멈추지 않듯, 경제도 상승곡선을 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돈이 풀리고 공장이 돌아간다.

주식도 이때 사야 돈이 되고, 기업도 이 순간에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야 수익으로 연결된다. 그런데도 바닥을 의심한 기업들이 투자를 외면, 정부가 경영에 적극 나설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의 주가폭락 등 예측불가능한 경제불황 앞에서 모두 불안을 느끼고 있다. 에모리대학 신경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번스는 경제위기 시에는 특히 편도체라는 정서관련 대뇌 부위가 활성화하는데 지나치면 자칫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여러사람이 모여있는 자리에 두개 도형이 같은지 다른지를 판단하게 한 다음 뇌 기능을 관찰했다. 진짜 실험참여자는 속고 있었지만, 여러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틀린 의견을 따르도록 사전에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편도체가 활성화한 사람일수록 자기 의지대로 소신껏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틀린행동을 따라했다. 불안은 이렇듯 판단을 흐리게 한다.

실지 주식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스스로 더 보유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주식일지라도 주변 사람들이 팔기 시작하면, 따라 파는 행동이 나타난다. 특히 경제가 불안할수록 집단 의견을 따라 너도나도 주식을 팔고 그 결과 주가폭락이 야기되며 다시 사람들을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든다. 이때문에 최근에는 부자들도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전문가의 학설로 보면 이런 악순환이 거듭될수록 대뇌는 정서에 압도되고 불합리한 판단은 반복된다. 경제불황으로 인한 불안은 정상적 대뇌기능을 교란시킬 수 있다.

이런 경제불황의 영향은 어린아이들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경제불황으로 인한 빈곤은 아이들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UC버클리대학 마크 기시야마라는 심리학자는 9~10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여러과제를 해결하는 동안 뇌 기능을 관찰했다.

컴퓨터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들을 보다가 기울어진 삼각형이 나오면 보는 즉시 반응 버튼을 누르게 하고 그것을 누르기까지 시간과 그리고 그때 뇌파를 특정했다.

그 결과 빈곤가정의 아이들 뇌 활동은 마치 뇌경색 발작 후 전전두엽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와 같았다. 이들 뇌에서는 고차원적인 사고기능과 계획능력, 문제해결 능력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전문가의 말이 필자도 의문스럽지만 만일 우리 나라의 불황이 건설업처럼 장기화하면 이같이 어린아이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사뭇 마음이 무겁다.

더욱이 1930년대 미국 경제 대공황이 발생한 이후 60년간을 추적 연구한 시카고대학 글렌 엘더에 따르면 경기불황의 심리적 영향은 생각보다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아동기에 대공황을 경험했던 이들은 신경과민과 불안을 보였으며 성장 후에도 좀처럼 심리적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성인기에도 반복적으로 좌절을 경험했고 노년기에도 신체적 심리적 곤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모든 아동이 이렇게 부정적인 영향만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경제위기를 경험한 아이들 중에는 그것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성공에 대한 강한 욕구를 지녔고, 성장해서도 심리적 건강, 지적능력, 만족감 등이 높은 이들이 훨씬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들에게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낙관성이었다. 경제적 위기는 일시적이며 극복가능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낙관적 생각과 행동이었다.

우리는 제2국난이라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위기도 잘 견뎌냈고 한층 더 단단해지는 경험을 했다. 경제적 불황이 심리적 불황으로 되어 남은 인생에 계속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좌절과 역경을 넘어서는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심리적 기초체력이 된다. 이 힘든 상황을 이겨보자. 니체도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도리어 나를 강하게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고운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