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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는 예로부터 중국인들이 ‘백 살을 살 수 있는 선약(仙藥)’이라 여긴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과일이다. 원산지는 중국. 전설에는 곤륜산 선녀인 서왕모(西王母)의 집 뒤뜰에는 복숭아나무가 있는데, 3천년 째에 꽃이 피고, 3천 년이 지나 열매를 맺고, 3천년 뒤에야 과일이 익는다했다.

이 나무의 희소가치를 잘 나타내는 말로 신선의 복숭아 품종은 반도(蟠桃)라 한다.

고대부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일인 ‘5과 (五果)’는 복숭아, 자두, 살구, 밤, 대추였다.

복숭아 종류는 일반적으로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보통 둥글고 붉은 색을 띠는 황도, 좀 넓적한 반도, 겉이 매끈하고 솜털이 없는 천도이다. 복숭아는 살이 흰 백도와 노란 황도로 크게 나누며 품종별로 성분의 차이가 있다. 복숭아의 맛을 즐기기에는 수분이 많고 부드러운 백도가 좋고, 통조림 가공용으로는 살이 단단한 황도를 사용한다.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있는 품종은 백도로 주로 날로 먹으며 주스나 잼을 만들거나 복숭아술을 담가 먹기도 한다. 그러나 장어와는 상극이므로 장어를 먹은 후 복숭아를 먹으면 설사를 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복숭아는 비타민 A, C와 펙틴질이 풍부한 과일이다. 피로회복에 탁월한 효능이 있고, 혈액순환 개선으로 어혈을 풀어주며 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예부터 폐결핵을 앓는 사람과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 복숭아를 먹도록 했다. 복숭아 껍질에 있는 특수 성분은 폐 기능을 강화시키고, 담배의 니코틴을 해독하는 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복숭아의 풍부한 칼륨은 고혈압과 심장병환자에게 좋고, 다량 함유된 식물성 섬유인 펙틴은 변비를 개선한다.

복숭아를 고를 때는 껍질에 상처가 없는 것을 고르고 냉장보관한다. 너무 차가우면 단맛이 떨어지므로 먹기 2~3 시간 전에 냉장고에 넣어두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본초강목>에는 복숭아나무가 병마를 쫓고 귀신을 물리치는 효력이 있는데. 특히 동쪽으로 뻗은 가지가 가장 효험이 있다 했다. 오늘날까지 아이의 돌날에 복숭아모양이 새긴 반지를 끼워준다. 그것은 어린이의 사망률이 높았던 시절에 잡귀로부터 어린이를 지키기 위해 신통력을 의지하던 애절한 민속이 전승된 것이다.

또 삼짇날(음3월3일)에 도화주를 마시고 복숭아꽃 목욕(桃花湯)을 하면 악귀와 만병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복숭아나무는 백가지 귀신을 이기니 선목(仙木) 이라 하여, 무당의 전용물이 되었는데 점치는 윷과 굿하는 도구는 복숭아나무로 만들었다. 복숭아가 귀신을 쫓는데 효험이 있다고 믿었던 만큼 신을 모셔야 하는 제사에서 복숭아는 제사상에 놓지 않는 것을 상식이었다.

복숭아꽃은 ‘도화(桃花)’라 하여 요염한 여인을 일컫기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복숭아가 유백색의 뽀얀 살결에 발그작작한 볼의 홍조를 띠는 아릿다운 여인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또한 복사나무는 타락한 여색을 상징하기도 하여 집 안에 심지 않았다. 복숭아의 모양과 특징이 여자의 성을 닮아서 이를 음양사상과 연결시켜 고상하지 못하다고 여기기도 했던 것이다.

옛사람들은 복사나무를 통해서 이상향을 꿈꾸었던 것 같다.

중국의 ‘무릉’이란 어부는 사방 복사꽃이 만발한 곳에서 아름다운 여인과 달콤한 과일을 먹으며 꿈같은 시간을 보내었는데 그 별천지의 선경을 ‘무릉도원’이라 한다.

영원한 평화와 자유가 보장되는 도원향(桃園鄕)은 어두운 현실에서 절망한 나머지 이상향을 그려보고자 한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도원향이 어딘가는 굳이 따져서 무얼하랴.

살아가는 날의 슬픔은 술처럼 익어가도 나날이 윤기를 더해가는 봄날을 사는 것만으로도 삶은 아름답다.

김정숙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김치발효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