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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 뉘 집을 들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이호우의 < 살구꽃 핀 마을>은 담백한 아름다움을 지닌 살구꽃이 평화로운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 나에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우리가 자주 부르는< 고향의 노래>에서도 살구꽃은 복숭아꽃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봄을 상징하는 꽃이다.

살구의 원산지는 아시아 동부로 중국에는 5천년 전에 이미 있었던 과일이다. 한국에 전해진 시기는 확실하지 않으나 삼국시대 이전부터 야생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는 장미과에 속해 있어 4월에 잎보다 먼저 화사한 꽃이 피었다가 며칠 내에 사그라진다.

나무(木)에 열매(口) 가 주렁주렁 달린 모양을 본 따서 ‘행(杏)’ 이라 부른다. 열매는 매실과 비슷한데, 맛이 시면서도 달기 때문에 ‘ 달달한 매실’ 이라는 뜻으로 ‘첨매(甛梅)’라 부른다.

살구는 비타민A가 과일 중에서는 많은 편이다. 잘 익은 살구의 황적색은 베타카로틴이 함유된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로서 인체에 들어가 프로비타민A의 효과를 낸다.

잘 익고, 말리지 않고, 색깔이 짙은 살구의 카로틴 함량이 특히 높다.

인과 마그네슘을 비롯한 미네랄 염이 많기 때문에 기억력을 좋게 해주고, 적혈구의 수를 늘려주고, 치아에 좋은 플루오린 등의 미량 원소도 많다.

빈혈에는 소의 간만큼이나 좋은 효과를 내고, 시력을 좋게 해준다. 살구씨는 행인이라 하며 한약재로 널리 쓰인다. 진해·거담 효능이 있어 민간에서는 해소·천식·기관지염·급성간염 등에 약으로 쓴다.

피부미용에도 좋아 주근깨·기미 등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으며, 최근에는 항암물질이 발견되어 항암식품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기미에는 행인가루 5g을 달걀흰자 1개에 고루 개어 얼굴에 바르고 20~30분 후 미지근한 물로 닦아낸다. 여드름에는 살구씨 기름을 바르면 효과가 있다. 중이염에는 검게 볶은 행인 가루를 물에 개어 솜에 사서 귀에 꽂는데 하루에 3~4회 갈아준다.

그러나 덜 익은 살구에는 청산배당체인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이 있어 많이 먹으면 정신을 잃고, 힘줄과 뼈를 약하게 하기도 한다. 살구를 한자로는 살구(殺狗) 로 쓰는데 살구씨가 개를 죽일 만큼 독성이 강하다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고기를 조리할 때 말린 살구를 끓여서 넣는데 살구가 통변에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기요리에 살구를 썼다.

조선시대인 17세기 전반에 나온 <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의 ‘고기 삶는법’ 에 따르면 “ 질긴 고기는 빻은 살구씨, 갈대잎, 뽕잎을 넣고 삶으면 고기가 연하게 되고 독성도 없어진다.” 고 적고 있다. 한국종의 살구는 유기산이 많아 산미가 강하지만 유럽 종은 크며 유기산도 적고 당도와 향이 좋다.

중동의 살구는 워낙 달아서 말리기만 해도 설탕에 절인 것 같아 과자 만들 때 많이 쓰인다. 중국의 기록을 보면 오나라의 동봉(董奉)이라는 의사는 독약을 먹고 죽은지 사흘이나 되는 시체를 살린 명의였다. 그는 치료비 대신 중환자에게는 다섯 그루를, 병이 가벼운 환자에게는 한그루를 심게 하였다. 얼마되지 않아 동봉은 수십만 그루의 로 숲을 갖게 되어 사람들은 이 숲을 동선행림(董仙杏林) 혹은 행림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는 여기서 나오는 살구열매를 곡식과 교환하여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여 ‘행림’이라면 진정한 의술을 펴는 의원을 나타낸다.

옛사람들은 산길을 갈 때 로 만든 지팡이나 목탁을 들고, 죽은 후에는 관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이렇게 하면 악령이 영혼을 괴롭히지 못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김정숙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김치발효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