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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6․4 전국 동시 지방선거의 최대 화두는 ‘상생 발전’이었다. 선거 때 마다 나온 이슈였지만 크게 달라졌다.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 옮겼다는 점이다.

30년 만에 개방된 화순 적벽이 ‘지역과 지역이 더불어 꿈을 꾼다’는 상생 발전의 대표적 모델이 아닌가 한다. 광주광역시의 통 큰 양보와 화순군의 오랜 염원이 어우러진 걸작이 바로 ‘천하 제일경’ 화순 적벽 개방이다.

화순 적벽 개방 소식이 전해지자 한동안 화순군청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전국 각지에서 군수에게 적벽 관람을 원하는 민원성 청탁이 쇄도했지만, 단 한 건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내고 말았다.

올해는 우리지역 발전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3월엔 KTX 개통으로 광주와 서울이 1시간 30분대로 가까워지며, 7월엔 하계 유니버시아드 경기가 광주에서 열리고, 9월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한다.

전남의 기대도 여기에 못지않다. 바로 중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전략이다. 중국 관광객 1억 명 시대를 맞아, 전남으로 1%만 유치해도 100만 명이나 된다.

광주와 전남이 한 뿌리임을 강조하며 동반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순은 지리적으로 한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광주 같은 화순이지만, 엄연한 전남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 화순은 광주와 전남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나름대로 살 길을 찾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첫째,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벨트를 화순까지 연장하는 방안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화순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우리 군에선 지난해 말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개관과 연계한 화순군 문화관광 육성 방안’에 대한 용역을 발주, 광주 문화 벨트를 화순까지 확장하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둘째, 전남도의 중국 관광객 유치 전략에 맞춰 화순을 중국 관광객 유치 명소로 가꾸겠다는 전략이다. 필자의 생각으론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중국 인물로 문학에선 소동파(蘇東坡), 사상에선 주자(朱子)가 아닌가 한다.

거의 1천년 동안 중국 문학의 진수로 사랑받고 있는 「적벽부(赤壁賦)」. 소동파가 본 적벽은 분명히 호북성 양자강 자락 황주(黃州) ‘문(文)적벽’이었겠지만 화순 적벽은 그 중국 적벽보다 몇 백배나 웅장하고 아름다운가?

주자는 우리나라 옛 선비들이 얼마나 존경하고 추앙했던가? 우리 군에선 내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총 91억원의 예산을 들여 주자묘(朱子廟)를 정비하고, 공원화 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주변 도로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 뿐 아니다. 15억 중국인의 가슴 속에 영원히 아로 새겨진 그 이름 정율성! 2009년 중국 창건 50돌 기념 영웅 100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천재 음악가. 능주초등학교 교정에 세워진 정율성 동상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여러 가지 기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능주초 교실 한 칸을 온통 그가 다녔던 당시 1922~1923년대의 분위기 그대로 재현, 교실에 들어서면 그가 작곡했던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게 함으로써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게 할 작정이다.

또한 구조적으로 보았을 때 불교 사찰이 아니라 도교사원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운주사 와불, 칠성바위에 얽힌 비밀도 중국인들에겐 매력적인 관광지임에 틀림없다.

중국의 적벽보다 훨씬 아름답고 웅장한 화순 적벽, 몽고군과의 전투에서 사망한 아버지 주거의 한을 풀고자 능주로 건너온 주잠을 모신 주자묘, 정율성 모교, 도교의 비밀을 간직한 운주사 ….화순은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관광지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올 초부터는 지난해 적벽 시범 투어에서 발견했던 문제점들을 완벽하게 보완할 방침이다. 동복호 상수원 보호구역이란 점을 감안, 도로 안전 시설물을 설치하고 화장실을 정비하여 ‘천하 제일경’ 화순 적벽을 국민의 품으로 안겨드릴 작정이다.

올 봄부터 재개될 적벽 투어는 좀 더 편안하고 여유 있는 관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관람 시간을 늘리고, 적벽을 최대한 가까이서 바라 볼 수 있게 망미정(望美亭)까지 입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생각이다.

예부터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았던 화순 적벽이 보다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정성을 들여 가꾸겠다.

동복으로 유배와 해배됐으나 그대로 눌러앉아 적벽이란 이름을 붙인 신재(新齋) 최산두, 정암 조광조, 하서 김인후, 다산 정약용, 방랑시인 김삿갓, 노산 이은상 등 ……

우리나라 인문학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시인 묵객들이 그토록 사랑하고 극찬했던 화순 적벽. 화순 적벽에서 한(恨)을 삭히고, 기(氣)를 받아 가시길... 아니면 짐을 비우고, 힘을 얻어 가도 좋지 않을까?

소동파가 화순 적벽을 보았다면 뭐라고 읊조렸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를 화순 적벽 예찬에 인용해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천하 제일경’ 화순 적벽이 그렇다.'

글 / 화순군수 구충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