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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백성들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 하면 세금이라 했다. 한데 담뱃세 인상과 연말정산 사태로 논란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보장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나랏돈이 필요하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무상급식에 무상보육을 더한 상황에서는 더 많은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금을 늘리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대통령은 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한다. 국민들은 세금이 늘어야 하고 이미 늘었다는 걸 알고 있다. 사회보장 혜택이 늘었으니 그 재원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는 증세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난해 있었던 담뱃세 인상과 국민들이 경험한 연말은 무엇인가? 증세에 관한 한 정부와 대통령의 말은 국민들의 인식과 어긋나고 서로의 말은 겉돌기만 한다. 국민들이 정부에 묻는 것은 증세의 대상과 방법이다. 계속 가계에 대한 세금을 늘릴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2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이래 가계의 세금 부담 증가 속도가 소득의 2배에 이르고, 2014년 가계 조세 지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5.9% 늘었다. 반면에 법인세는 2012년 이래 계속 줄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계의 세금 부담이 느는 것이 증세가 아니라면 ‘증세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는 뜻이 된다.

결국 증세 논의에서 국민과 정부가 소통할 수 없는 까닭은 ‘증세’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국민과 정부가 부르는 이름이 서로 다르다보니 증세 논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이렇게 정부가 증세 논의를 회피하는 것은 법인세를 늘릴 경우 기업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을 염려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위축을 방지하는 선에서 증세를 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도 이 일에 앞장을 서 증세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동일한 연봉을 받는 직장인에 비해 근로소득세를 절반만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억3천800만원을 똑같이 받는 국회의원과 직장인의 근로소득세를 언론사가 세부법인에 의뢰해 비교 분석한 결과다. 교육비, 의료비 등으로 동일한 금액을 지출했다고 가정했을 때 직장인의 근로소득세는 2166만원인 반면 국회의원은 1천152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은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같은 비과세 항목으로 연간 3천900만원을 소득에서 빼줘 세율 24%를 적용하는 반면 일반 국민은 35%를 적용하는 탓이다.

그렇잖아도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독일, 영국 국회의원 세비는 1인당 국내생산(GDP)의 2.5~3.5배인데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5.3배에 이른다.

어디 그뿐인가. 사무실 운영비, 공무출장비, 입법·정책개발 지원비 명목으로 연간 9천만원을 별도 지급받는다. 국회의원 한 명당 보좌직원(인턴 제외)이 7명에 이르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연봉도 3억7천만원에 달한다.

이 돈 말고도 정치자금으로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 없는 해는 1억5천만원을 별도로 받아 챙길 수 있다.

국회사무처와 국세청은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기에 소득세를 비과세하는지 그 내역을 낱낱이 공개해야 할 것이다. 국회가 연봉 8천800만원 이상에 세율을 35%, 38%로 가혹하게 올리는 것도 자신들은 24%를 적용받을 구멍을 뚫어 놓은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폭탄’으로 중산층 분노가 폭발하게 만든 소득세법개정안이 2013년 말 여야 국회의원 대다수인 245명 찬성으로 통과된 것도 같은 이치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표를 포함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걸핏하면 소득세율을 더 높일 구간을 설정하고 법인세도 높이자고 한다. 국회의원들은 비과세 항목이 왜 필요한지 과학적인 검증에 나서 ‘반값 세금 특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나아가 여야 원내대표가 2012년 말 합의한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 약속을 지금이라도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경제활동의 기반과 조세 제도의 혜택의 폭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르므로, 법인세 개혁과정애서 형평을 유지하고 중소기업의 경제활동의 잠재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운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