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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인 반면 사랑은 죽음과 악 대신 삶과 선을 선택하게 하는 긍정적인 힘이다. 한데 조선시대 양반 남성들은 이런 사랑을 권력으로 망가뜨리면서 많은 특혜를 누렸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노비에 대한 간통이었다.

이렇다보니 ‘종년 간통은 누운 소 타기보다 쉽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여성 노비는 기혼과 미혼을 가리지 않고 무시로 범할 수 있었는데, 이를 ‘갓 김치 먹기’라고도 했다. 노동에 찌든 여종의 몸에서 땀 냄새가 났기에 갓김치라고 했다 전해진다.

차별적인 남성 중심의 성문화가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은 개화(開化)바람이었다.

1889년 3월 몰락해 가는 조선왕조의 덕수궁 앞에서 50여 명의 여인네들이 시위를 벌였다. 여인들은 장대에 ‘한 지아비가 두 아내를 거느리는 것은 윤리를 거스리는 일이며, 덕의를 잃은 행위’란 글을 매달고 축첩 반대 구호를 외쳤다.

고종 황제에게도 후궁을 물리쳐 모범을 보일 것을 요구했는데, 마침내 1905년 대한제국 형법대전의 간통죄 공표를 이끌어 냈다.

이후 1912년 일제의 조선형사령과 1953년 대한민국 형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간통죄는 그동안 가부장적인 문화의 전통 속에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이나 상처를 받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와 같이 가부장적 문화권 속에서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손해 받고 불이익을 받고 사는 시대는 지나갔다.

즉, 여성의 성해방 이전에는 여성은 연애 등을 즐길 권리가 없었지만 이제는 여성도 성적인 주체로 주장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간통죄 처벌을 명문화한 형법 241조가 지난 2월 26일 효력을 잃어서다.

헌법재판소 전원 재판부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형법 241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벌하는 것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란 것이다.

간통죄 처벌 규정은 이로써 제정된 지 62년 만에 폐지됐다.

1990년 헌재의 첫 위헌 심리 이후 다섯 번의 재판을 거쳐 어렵사리 도출된 새 결론이다. 순결과 정절을 포함한 가족·가정의 가치는 인류가 지구상에 존속하는 한 결코 포기·방치하거나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다.

간통죄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국가 형벌권을 통해 그런 가치보호를 강제하는 기존 법제가 현실적으로 타당하고, 지속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범사회적 고민과 찬반 논란이 없을 수 없다. 2월 26일 헌제 의견이 네 가지로 갈린 것도 사안의 복잡성과 민감성을 반영한다.

간통죄를 위헌으로 본 재판관 7명조차 단일한 관점을 보인 것은 아니다. 위헌 7명의 견해는 ‘간통·강간 행위의 처벌이 위헌’ 5명, ‘성적 성실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간통 행위자(미혼자) 등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 위헌’ 1명 등 세 줄기로 나뉘어졌다.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주류 의견에서 “간통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 한다”고도 했다.

반대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2월 26일 합헌 의견을 낸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죄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존재 의지를 찾을 수 있다”면서 “선량한 성 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제도 보장효과가 있다”고 했다.

간통죄 처벌 조항은 성 풍속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수용 가능한 형법이란 기존 관점을 반영한 소수 견해였다.

이에 공감할 국민도 적지 않다.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제 성 풍속 보호책임은 개인에게 전적으로 귀속된다.

가족·가정의 가치부터 개인의 윤리와 도덕으로 굳건히 지켜내야 한다. 시대 변화와 성 의식 변천, 국제 형법 추세를 두루 반영한 헌재 결정이 심각한 부작용과 후유증을 빚지 않도록 이제 모두가 배전의 노력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순결과 정절의 가치도 깊이 되새길 일이다.

/고운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