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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흔히 ‘세계화 시대’ 또는 ‘지방화 시대’라고들 하는 데 최근에 들어와 ‘지세화(地世化)’라는 개념이 추가되어 사용되고 있다. 조금은 낯선 이 지세화는 곧 ‘지방의 세계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세계화 또는 국제화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추진되어온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제 세계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지방정부의 역할이 보다 증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1990년대 초 우리나라에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이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역학관계를 고찰해 보면, 외형적으로는 여전히 중앙정부가 커다란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고 지방정부의 동의 없이 중앙정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장이 갖는 권한은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인사권의 경우 부단체장을 임명하는 경우에만 상급기관과 협의할 뿐 여타 공무원의 인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으며, 재정면의 경우에도 상급기관의 예산지원을 받는 경우에 한하여 감독 및 감사를 받을 뿐 여타의 경우에는 의회의 감독을 제외하고 거의 무제한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지방차원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그 주도적 역할은 오히려 지방정부에 의해 수행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지방정부의 비중은 막강하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그 지역의 단체장이 어떠한 마인드와 능력을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요즘처럼 국가의 경계가 고립 또는 폐쇄되어 있지 않고 개방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지방의 경제도 ‘세계화’의 추세 속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모든 단체장들은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기업 및 외자유치를 위해 세계를 무대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경기도의 업적은 다른 지역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최근 한국국제정치학회가 경기도의 후원으로 ‘글로벌시대 지방자치단체의 전략과 리더쉽’을 주제로 부산에서 개최한 심포지움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고, 이 심포지움에서 기조연설을 한 손학규 경기도지사로부터 글로벌시대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가 생존하고 발전하는데 있어서 단체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좋은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서 필자에게 특히 커다란 감동을 준 내용은 공무원들이 전개한 이른바 ‘3071운동’이었다. 여기에서 30은 ‘30번 전화하기’를 의미하며, 7은 ‘적어도 7번 이상 만나기’를 의미하고, 1은 ‘적어도 1년 이상 인내를 갖고 추진하기’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 ‘3071’지침에 따라 경기도에서는 투자유치 대상기업이 정하여지면 담당공무원을 지정하여 그로 하여금 우선 적어도 30번 이상의 전화를 통하여 설득하고, 그 다음 7번 이상을 직접 찾아가 설득한 것은 물론 쉽게 성사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1년 이상 공을 들임으로써 끝장을 내는 전략으로 적지 않는 외국기업을 유치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어느 외국 CEO가 인천공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경기도가 헬리콥터를 동원하여 투자 예정지역을 시찰케하고 현장에서 설득함으로써 투자의향서를 체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는 유치한 기업에 대해 행정기관 차원에서 철저한 ‘사후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이 불편함이 없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함으로써 이들의 성공담이 또 다른 기업유치를 가능케 하는 요인이 되었다는 설명으로부터 공직자의 책임감이 지역발전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 수 있었다. 이리하여 경기도는 이들 기업들로부터 기업이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흔한 일이지만 관청이 기업에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처음 본다는 찬사를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오늘날 지방정부의 영역은 거의 중앙정부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를 이끌고 나가는 단체장의 덕목 가운데 ‘국제화 마인드’는 중요한 항목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도 외국의 기업 및 자본을 유치하는데 있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국내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광주시의 수출량이 꾸준히 증대되고 있고, 생산지수가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과들이 전국적으로 홍보되지 않고 있어서, 아직까지도 광주는 생산도시의 이미지 보다는 소비도시로서 더욱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개방화시대에 홍보는 불요불급한 소비가 아니라 재생산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이미지 마케팅’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서의 광주의 이미지를 확대해 나가야 하겠다.

조선대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