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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8) ‘강한 여성’ 열풍의 정체는? 2002-01/10 <호매칼럼>

■ 여성 상위시대로 착각

근세 조선시대 까지만 해도 여성들이 호주로서의 시대를 영위했다. 그러나 日帝强占시대에는 착복과 징용의 목적으로 남성 호주제를 채택한 이후 지금 까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천천히 여성 위주의 모계사회로 바뀌고 있는 듯 하다.

흔히들 부부 싸움에서 “늙으면 보자” 는 표독스런 여성들의 앙칼짐은 현 50대 후반의 남성들은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에 발맞추어 흥행가 에서는 <엽기적인 그녀> <조폭마누라> <여인 천하> <명성황후> <그 여자네 집> 등등이, 흥행대박을 터뜨리거나 인기를 누린 작품들에서 공통분모는 `강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남자 친구에게 심심하면 `너 죽을래'하며 주먹을 날리는 신세대 여성, 50여명의 똘마니를 거느린 쌍칼잡이 조폭마누라, 천하의 대권을 잡기 위해 대감들에게 호령을 하며 피비린내 나는 권모술수의 경쟁을 벌이는 궁중의 여인들, 직업인으로서 성공을 위해 이혼까지 불사하는 직장 여성. 분명 이제까지 사회에서 환영받던 전형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청순 가련형이나 순정형은 `퇴물'이 된 지 오래다.

■ 강한 여성을 묘사

미모나 지략을 무기로 성공하거나, 힘있는 남성의 사랑을 얻어내는 데 만족하던 신데렐라형도 넘어섰다. 물리적인 힘이나 사회적인 능력에서 남성들에게 밀리기는커녕 오히려 압도하고 지배하려 드는 여성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강한 여성의 등장으로 이제까지와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여성을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모습으로 그려짐으로써 대리 만족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 작품들은 고졸의 주부가 여성 주체적 삶에 눈떠 가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묘사함으로써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아줌마> 이후 한창 인기를 끌었던 직업인으로 성공을 추구하는 여성을 그린 텔레비전 드라마들의 뒤를 이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性平等 의식이 확대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여성의 현실이나 整體性이라는 잣대로 보면 <그 여자네 집>을 빼고는 공감을 하기가 어렵다. 나머지 세 작품의 흥행 성공에는 `女性'보다는 `대리 만족'이나 `코미디'같은 요소가 더 작용한 것 같다. 이들 작품이 어디까지나 새롭고 특이한 오락 거리로서 남성의 눈에 보이는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 남성들을 壓倒

실제로 한국 영화 시장이나 드라마의 消費層은 20대에서 30대의 젊은 여성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탄생한 흥행물들의 제작자나 감독은 대부분 남성이다. 여전히 대중문화 시장의 생산 주도권을 쥐고 있는 남성들의 시각에서,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여성들이 선망하는 `미모와 힘을 갖춘 여성상'을 볼거리로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IMF의 충격으로 더이상 家父長의 지위를 잃게 된 남성들의 현실도 `강한 여성상'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하나의 요소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기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변화가 더 흥미롭다.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나타나는 성역할 바꾸기가 재미있어 보인다. 여자 주인공의 희한한 행패를 늘 당하면서도 다 받아 주는 남자 주인공의 태도는 기존의 권위적이거나 폭력적인 남성 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아무튼 여성은 서서히 남성들을 壓倒 해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099) 남은 쌀 결식아동과 북한 동포에게 ! 2002-01/12<호매칼럼>

■ ‘결식아동󰡑新種用語

박경리의 소설 󰡐시장(市場)과 전장(戰場)󰡑의 한 대목을 상기해 본다. “지영은 눈앞에 쌀이 소복이 쌓이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정미기(精米機) 속에서 햐얀 쌀이 솔솔 쏟아져 나오던 광경이 아주 확실하게 눈앞에 떠오른다”.… 생략.

이렇듯 쌀은 우리 민족의 主食이였고 사무치도록 그립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쌀이 남아돈다는 신문지상의 기사(記事)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되려 시름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최근 ‘결식아동’ 이라는 신종용어를 등장하면서 또 다른 아픔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더구나 법적으로 결식학생 보호의 의무를 지켜야 할 자치단체들 마저 급식비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그뿐인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굶주리는 북한의 동포도 또 한 번 생각해야 할것이다.이 모든 굶주리는 사람은 모두가 우리의 民族이며 同胞들이다.

■외면하는 지자체

자료에 따르면 현재 광주시, 전남도교육청 관내 급식비 지원 학생은 2000년에 7천989명에서 지난해는 1만3천605명으로 무려 5천여 명이 늘어난 숫자다. 따라서 시.도 교육청은 지방자치 단체에 학교급식법에 따라 예산지원을 요청했으나 광주의 경우, 요구액 5억6천7백만원 중 3억7천9백만원만 지원했을 뿐 1억8천8백만원을 지원하지 않아 자치단체가 결식아동보호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사정이 비슷한 전남지역은 지난해 6천973명에 지원할 지자체 요청액 6억5천만원을 전액 지원하기로 해 광주 각 구청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1999년 개정된 학교 급식법은 결식아동의 휴일․방학중 점심 급식지원예산은 국가가 50% 교육청과 일선 기초 단체가 각각 25%씩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초 단체에서는 교육청에서 선정한 결식 아동 상당수가 이미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로 국가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등 선정 방법에 문제가 있고 급식비 지원 조항이 강제 규정이 아니라는 근거를 내세우며 지원을 거부하고 있어 결식 아동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

■ 굶주린 동포를 돕자

기초 단체들이 해마다 봄과 가을에 축제 행사를 벌이면서 수억원 씩의 예산을 펑펑 낭비하면서도 정작 보호해야 할 결식 아동들의 얼마 되지 않는 점심 밥값에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급식비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만약 학생들이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였더라면 단체장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 중앙통신사가 펴낸 <조선 중앙 연감>에 따르면, 북한 인구는 1998년 현재 2255만4천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언론보도에 의하면 현재 북한의 주민 대다수는 식량이 부족하여 굶주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약 250만톤으로 예상된다. 국제적인 지원 규모를 50만톤 정도로 예상하면, 200만톤 정도의 식량 부족분이 생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식량 부족분의 절반인 100만톤 이상은 지원을 해야 한다.

북한 정부 또한 100만톤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60만톤의 식량만을 지원한다는 것은 민족의 화해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가 없다. 아무튼 이 모든 것은 이념과 사상을 초월한, 같은 민족으로서, 이와 같은 예산 낭비에 앞서 헐벗고 못 먹는 우리 동포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 뿐 아니라 중앙 정부에서도 남아도는 쌀 걱정만 하지 말고 ‘결식아동’과 굶주린 북한 동포를 안중에 두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