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110) 참 장사꾼의 드라마<상도> 2002-0323 <호매광장>

■ 商道를 잘 묘사한 劇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월․화 드라마 (밤 9시55분) <상도> 는 50회 가운데 몇회만을 남겨 둔 채 商道는 없고 商術만 있는 요즘, 사람이 중심에서는 商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경제의 원리가 ”적은 투자로 많은 이윤을 남긴다“라고 하고 있으나, 결코 이 드라마의 주인공 임상옥이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고 한 말이 우리의 가슴을 적셔 준다. 관노에서 시작하여 한 고을의 군수가 되고 결국 큰 상인이 되는 임상옥(이재룡)은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카리스마의 강한 영웅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극 초반 만상의 홍득주에게서 가르침을 받을 때는 두푼을 받아 오라는 명을 어기고 꾀를 부려 뺨을 맞는 등 부족한 면모도 드러낸다. 주인공 임상옥은 시행착오를 통해 상업이 곧 사람임을 깨닫고 실천하는 인물이며, 합리적이고 포용력을 갖춘 모습이 있는 극중의 인물이다.

소금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청나라 상인들의 짬짜미(담합)를 깨 인삼 교역을 바로잡는 임상옥에 맞서는 인물은 정치수다. 쌀을 매점 하는 정치수(정보석)이지만 평면적인 `악역'은 아니다.

양반의 신분을 버릴 정도로 가난에 한이 맺힌 그는 임상옥에게 자신이 매점한 소금을 비싸게 판 뒤 괴로워하기도 한다. 극중의 정치수를 보면 “집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아파트를 마구 사들여 분양가를 높이는 요즘 일부 부자들의 행태로, 돈이 삶의 목표가 돼 버린 모습과 너무도 비슷하다” 평이다.

■ 단백한 화면

이 극은 인물이 과장되지 않게 표현되듯이 화면도 단백하다. "SBS <여인천하>가 인물의 얼굴만 가득차는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자주 쓰는 것과는 달리 <상도>에는 화면에 서정성을 담았다" 고 평론가들은 평가한다.

담당 PD는“클로즈업은 시청자에게 강제로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가 강하다󰡓며, 󰡒인물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그려내 시청자를 설득하기 위해 클로즈업을 될 수 있으면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주인공 임상옥의 얼굴 연기 역시 서민적이며, 애절함을 표현하는 것에 더욱 시청률을 높이고 있는 드라마인지도 모른다.

<상도>는 지난해 `올해의 10대 좋은 프로그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미디어워치)으로 뽑히기도 했다. 경실련 김모 부장은 󰡒왕실 중심의 소재에서 벗어나 조선시대 서민 경제를 조명하고, 이를 통해 현재의 경제 상황도 되돌아보게 한다󰡓고 평했다.

■ 신선한 드라마

<상도>는 요즘 어려운 경제 현실과 맞물려 主 시청자가 30-40대 남성으로 몰리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앞으로 군수를 거쳐 정3품 벼슬을 받게 되는 임상옥은 `홍경래난'이 일어나기 전에 홍경래에게 일자리를 줬던 것이 드러나 위기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재산을 사회에 돌려주고 삶을 마감해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게 된다.

‘정치수’는 홍경래난 때 박주명의 광산을 가로채려다 재산을 모두 잃게 된다. 홍경래에게 돈을 빌려준 탓에 관기가 되는 ‘다녕’을 임상옥의 부인이 결국 둘을 맺어 주게 하는 여인의 섬세함도 나타내고 있다. 다녕이 과연 송상의 기반을 다시 마련할지는 아직 그 줄거리가 설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궁중의 드라마로 인한 권태러움에서 서민에게 충격을 준 이 드라마는 신선함을 더해 주고 있어 시청률이 상승하는지도 모른다.

(111) 빗방울도 모으면 자원이다 2002-03/26<호매광장>

■ 빗방울도 ‘생명수󰡑

지금의 50代들은 기억할 것이다. 비가 오면 처마 밑에 큰항아리나 물통을 놓고 빗물을 받아 그 빗물을 재활용하던 어린 시절의 생각이 떠 오를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물을 아낄 줄 모른다. 우리나라도 곧 물 부족이 사태가 온다는 예고를 접하면서 고쳐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빗물은 그냥 내버려두면 사라져 버리지만 모아 두면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전 국토에 내리는 빗물은 연간 총 1276t이지만 이 가운데 댐이나 하천, 지하수 등으로 유입, 우리가 이용하는 것은 26%에 불과하다. 43%는 증발돼 사라지고 31%는 바다로 흘러간다.

그냥 두면 바다로 흘러가고 말 빗물을 담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 둔다면 홍수나 가뭄, 물 부족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 빗물 이용은 에너지 요구량이 낮고 공해가 없으며, 근본적으로 자연 순환적으로 많은 돈과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물 부족이란 위기는 지구상에 물의 양이 적어서 우리가 사용할 물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물 관리를 잘 하지 못해 인구와 환경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 외국의 사례

일본과 미국, 독일 등에서는 소규모 빗물 저장 시설을 활용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은 일찍부터 시작했다.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 대량 학살로 악명 높은 일본 도쿄의 위성도시 스미다 區에는, 가정마다 `로지손'이라는 빗물 이용 시스템을 볼 수 있다. 구민들은 20년 전부터 지붕을 통해 내려 온 빗물을 모아 로지손의 지하 탱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수동 펌프로 끌어올려 사용한다.

주로 식물을 재배하거나 화장실 용수로 이용하고 긴급할 때 소방 용수나 때에 따라서는 적절히 소독해 마시기도 한다. 일본 월드컵에 사용될 축구 전용 경기장 가운데 요코하마, 사이마타 경기장 등에 빗물 이용 시설을 갖춰 환경친화적인 월드컵을 준비했다.

스미다區는 큰비가 내리면 도쿄 하수도의 물이 역류하는 도시형 홍수로 피해를 입었고 가뭄에는 물이 모자라 곤란을 겪게 되자 그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빗물 이용'이었다. 區는 지난 1982년대형 스모 경기장을 건설하면서 지붕의 빗물을 이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빗물을 화장실 용수나 건물 냉각수로 활용하다 효과가 높자 공공시설과 각 가정으로 확산시켰다.

또 대만 타이베이 동물원은 연간 40만t의 빗물을 모아 동물원 운영에 쓸 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타이의 경우 2t 가량의 소규모 빗물 탱크 1500만개가 집집마다 보급돼 있다.

■ 빗물 이용에 대한 대책

.현재 빗물을 모으는 시설은 댐뿐인데 댐을 짓는 것은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부작용 탓에 쉽지 않다. 대형 건물이나 아파트 등에 빗물을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저장 시설을 설치해 수세식 화장실 용수나 소방 용수, 식물 재배 등에 이용하면 현재 물 소비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부터 종합 운동장이나 실내 체육관 등 지붕 면적이 2400㎡ 이상이고 관람석이 1400개 이상인 건물을 신축 또는 증․개축할 때 소규모 빗물 이용 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해 인천 월드컵 경기장 등 4곳에 빗물이용 시설이 만들어졌지만, 아직 빗물 이용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국민들이 조그만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자원을 그냥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깝다. 지금부터라도 실천에 옮겨 봄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