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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兎死狗烹 과 狡免三窟 2002- <자치여론 칼럼>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현실의 정치에서는 토사구팽과 같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 승리자들은 자신의 입성이 완성될 때까지 충실했던 그 충신들은 귀찮은 존재로 전략시킨다. 그러나 현실보다 옛것과 옛사람은 잊어서는 안된다. 결국 옛사람들의 노력이 자기를 탄생시켜 준 것이다. 아량과 관용과 뒤를 돌아볼 수 있다면 토사구팽은 함부로 濫用하는 것이 아니며, 교토삼굴의 지혜도 생길 것이다.

■ 토사구팽(兎死狗烹)

‘사냥에서 토끼가 다 잡히고 나면 이번엔 충실한 사냥개가 잡혀 먹인다’ 는 뜻으로 쓸모가 없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없애 버린다는 의미이다.

초나라의 항우가 망하고 천하는 한나라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한왕 유방이 제위에 올라 한나라의 고조(高祖)가 되었다. 그 다음해 유방은

"짐이 이제부터 운몽호(雲夢湖)에 행차하니 그대들도 짐을 따르도록 초(楚)의 진(陳)에 모이라." 여기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전 전투에서 종리매(鍾離昧)에게 여러 번 고전을 겪은 고조는 한신에게 그를 체포하도록 명령했으나, 한신은 종리매를 도리어 그를 숨겨 주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안 자가 ‘한신이 역심(逆心)을 품고 있다’고 모함을 했는데 고조는 진평(陳平)의 책략을 좇아 행차를 구실로 제후의 군을 소집한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한신 자신은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지 않는가."라고 생각하고 고조를 배알하려고 하자 평소 술수가 뛰어난 가신이 한신에게 속삭였다.

"고조가 초나라를 침범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네 집에 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네가 나를 죽여 고조에게 바친다면 자네도 얼마 못 가서 죽음을 당할 걸세“. 라고 말하고는 자결했다. 한신은 종리매의 목을 가지고 진으로 갔는데, 과연 종리매의 예측대로 그는 반역죄로 체포되었으나, 고조는 한신을 죽이지는 않고 대신 회음후(淮陰侯)로 좌천시켰다.

■ 狡免三窟(교토삼굴)

슬기로운 토끼가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은 숨을 굴을 셋이나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사람이 난관을 극복하는데 교묘한 재주가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풍훤은 맹상군으로 부터 설(薛)땅의 차용금을 거두어 오라는 명령을 받고 ‘설’까지 수레를 몰고 가 부채가 있는 자들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모아 부채의 증서들을 모두 불태워 버렸다.

설의 백성들은 이 일을 보고 매우 기뻐했으나 맹상군은 빈털터리로 돌아온 풍훤을 보고 매우 못마땅한 얼굴이 되었는데 풍훤은 맹상군에게 " 차용증서를 태워 버리고 그 대신 당신을 위해 은의를 사 왔습니다." 라고 보고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재상 자리에서 물러나 영지로 내려갔는데 ‘설’ 사람들은 백리 앞까지 마중을 나와 그를 따뜻이 맞이했다.

그런 후 풍훤은 위(魏)나라로 가서 혜왕(惠王)에게 "맹상군을 맞이하는 나라는 국력과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고 해서 위나라는 황금 천금과 수레 백량을 세 번이나 보내어 설득했으나 거절했다는 소문을 들은 민왕은 두려움을 느껴,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재상으로 임명하였다. 그리고 풍훤은 ‘설’ 땅에 선대의 종묘를 세우도록 맹상군에게 건의하여 선대의 종묘가 맹상군의 영지에 있어, 민왕도 감히 그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함으로서 세 번째 은신처가 되었다. 맹상군이 수 십년 동안 아무런 화도 입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풍훤이 맹상군을 위해 세 가지의 숨을 굴을 마련해 주었기 때문인 것이다

(117) 이상한 교통범칙금 제도 2002<사설>

■ 교통범칙금 제도

국민에게 부과되는 교통위반 범칙금은 여러 가지가 많다. 그리고 교통위반을 하면 범칙금도 부과되지만 운전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벌점의 누진제 이다. 이러한 제도는 교통법규를 잘 지켜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즉 부과된 벌점 합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면허 취소나 면허 정지 처분을 받게 되므로 교통규칙을 위반하여 벌점이 누진된 운전자들은 이런 규정을 교묘히 이용해 벌점 부과를 피해 나가기도 한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경찰서의 과속 단속 카메라에 찍혀 벌점이 부과되는 범칙금 통지서를 받았을 때 절대로 출두하지 마라 ” 는 말을 자주 듣는다.

위반 운전자가 경찰서에 출두해 사실을 인정하면 범칙금 6만원과 함께 벌점 15점을 떠 안게 되는데, 이를 무시하고 경찰서에 출두하지 않으면 나중에 벌점은 사라지고 과태료만 1만원이 비싸진 7만원을 내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 마의 편법 과태료

‘과연 이런 조치가 타당한가’ 하는 의견도 분분하다. 기한 내에 출두해 잘못을 인정한 사람은 벌점까지 떠 안게 되는데, 이것마저 빠져나가는 사람에 대해, 당초 교통법규 위반 부분을 포함해 이중 범죄인데도 벌점까지 면제하는 것은 사실상 부당하다. 결국 지키지 않아도 될 조항을 만들어 괜한 운전자들만 골탕을 먹이는 결과다.

“교통법규를 인정하면 벌과금에 벌점, 그러나 인정하지 않으면 벌과금만 징수?”. 이러한 문제는 인정하는 사람만 우롱 당하고 벌점까지 안게 된다. 교통범칙금을 규정한 것은 ‘사법시설 조성법’에 의해 전액 사법시설을 짓는데 사용하던 교통범칙금이, 지난 1993년 일반회계로 편입되면서 일반 예산으로 쓰여져 교통범칙금 총액의 20～25% 정도만 교통 시설 관련 예산으로 투입되고 있다.

그리고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느냐에 대해, 재미있는 현상도 발견할 수 있다. '자동차 교통관리개선 특별회계법'은 기한을 넘겨서 납부하는 과태료는 전액 교통시설 투자에 쓰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경찰 당국은 과태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과태료를 내면 벌점을 면제해 주는 편법을 동원, 범칙금을 제 때 안내는 것을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그리고 지난해 7월까지 무인 카메라 단속으로 걷은 범칙금이 2000년도의 두 배에 이른다는 추산도 나온바 있다. 그러나 이를 전액 교통관련 예산으로 못쓴다는 조항 때문에 편법을 따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 편법을 없애야

이 제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고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든다.

이러한 편법에 의해 만들어진 조항을 운전자는 상습적으로 악용하고 또 이를 선호하는 운전자가 많아지면 당국은 또 다른 편법으로 유인할 것이다.

안전벨트 착용 의무와 운전중 휴대 전화 금지 등의 단속 조항은 계속 늘어나는데, 운전자들을 혼동하게 하는 규칙이 늘어나고 운전자들이 이에 면역된다면 교통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과태료만 더 내면 벌점은 누진되지 않는다” 라는 편법의 문제로 浮上되어, 오히려 교통규칙의 목적을 넘어 사회의 더 큰 문제를 부를 수도 있다.

이러한 편법은 경찰 당국의 편의주의적이며, 이기주의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관계법을 정상화하고, 교통시설비 예산도 범칙금의 범위내가 아닌 독립된 일반회계에 편입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