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134) 인간벌레를 잡아야 2002.10.26 <호매칼럼>

▲배추밭의 청벌레

몇 년전의 일이다. 자치단체가 주말농장을 운영하면서 주민에게 임대 해준 일이 있었다. 필자는 농촌에서 태여낳기 때문에 흙을 좋아하고, 체소를 가꾸는 일을 좋아해 몇십평을 임대받아 체소를 가꾸어 본적이 있다. 어느 철학자가 한말과 같이 ,인간은 흙에서 왔기 때문에 흙은 좋아하고, 흙을 가까이 하며, 만지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은 주말 농장에서 보내는 일이 많았으며, 가족들도 모두 즐거워했다. 봄채소와 여름채소는 별탈 없이 농약 없이 채소를 가꾸었으나 가을 배추를 이종한 후부터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어린 배추 모종을 사서 이종한 뒤부터 배추벌레가 극성을 부렸다. 이종이후 배추밭에 농약을 치지 않았더니 배추벌레가 배추 잎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래서 주말농장 이웃에게 물었더니 “DDT을 뿌리지 않으면 배추가 남지를 않는다”고 했다. 내가 어렸을 때 기억은 텃밭에 키우던 배추에는 전혀 배추 벌래가 없었던 것으로만 생각해 농약을 치지 않는 것이 불찰이었다.

약 2주정도 농약을 치지 않았더니 배추잎은 겨우 줄기만 남고 흔적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배추 벌래는 살이 통통쪄서 비만에 가까울정도로 갓난아이 새끼 손가락만하게 커 있었다.

▲인간벌래들!

최근 인기속에 방영되고있는 월, 화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일본 고등계 형사들은 조선의 독립군을 잡아들이기 위해 혈안이 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당시 일본의 형사들도 그랬지만 친일파들은 독립군들을 눈에 가시와 같아서, 잡히는 데로 총살형에 처했다. 당시 일제 때, 친일파의 형사와 판사들은 같은 민족이면서도 독립군에게 반역죄라는 모자를 씌워서 무수히 잡아 들였으며, 재판에서는 무조건 사형이 선고 됐다.

그러나 그후 조선은 해방을 맞아하면서도, 당시 독립군을 잡아들인 고등계 형사와 독립군에게 사형을 선고한 판사가 누구, 누구였는지 벌레 잡듯이 찾아서 그 죄의 댓가를 치르게 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의 자손들이 속죄하면서 햇빛을 가리고 살아가게 했어야 만 했다. 그랬더라면, 일제 때 고등계 형사노릇과 판사노릇을 하면서 독립군들의 목숨을 파리목숨처럼 다뤘던 그들의 자손들은 대명천지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해방 후에도, 대명인사가 되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초장에 잡지 못한 그 벌래 들이 지금은 커도 너무 커서 대한민국국민의 진을 온통 다 빼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벌래와도 같은, 권력의 단맛에 빠진 일부 정치인들, 그들은 배추벌레와 다를 바 하나도 없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더 이상 크지 않도록 !

배추밭에 농약을 치면 밖에 나와서 쏘다니던 몇 놈만 죽고 나머지 대다수는 속잎 속에 숨은 채 펄펄 살아서 생 살점을 잘라먹고 있다. 생 살점을 잘라먹는 것은 배추의 현재와 미래를 먹어치우는 것이다. 그리고 배추의 속잎이 감싸고 있으니 아무리 농약을 친들 우산 위에 빗물이 떨어진 격이다.

잡지 못한 그 벌레들은 꽉 찬 결구 속에서 배추 잎을 맛있게 뜯어먹고 있다. 결과적으로 초장에 깨끗하게 때려잡지 못한 것이 그토록 크게 자란 것이다. 앞으로 그 새끼 벌래가 커서 우리들, 아니 전 국민을 작살나게 하기 이전에 인간사회에서 꼬물거리는 벌레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의 모친이나 부친보다 더 악랄한 내성을 가진 후손이 나와서 '진짜 사람'을 물어뜯을 것이다.

(135)한국의 大選은 세대차이가 아니다. 2002. 12.31<호매칼럼>

■ 한국 대선의 양상

제16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20, 30대와 50, 60대의 가치관의 경쟁이 아니다. 물론 수적으로 우세한 젊은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결국 승리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이른바 지역감정으로 얼룩진 그간의 선거풍토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엿보인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세대문제의 지적은 많은 부분의 진실이 왜곡된다. 세대별 차이라는 것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 그 동안 보도된 여러 조사 수치들을 살펴보더라도 세대차이를 논할 수 있을 만큼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 세대차이라는 표현은 역사의식을 설명하는 용어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이번 선거에서 기껏 이끌어 낸 교훈이 세대 갈등의 치유에 그친다면 이는 잘못된 인식으로 흐르기 쉽다.

■ 국가 위기를 구한 청년층

지난날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를 구하기 위해 늘 역사의 전위에 나섰던 층은 다름 아닌 당시 20대 전후의 청년층이었다. 가까이 1987년 6월항쟁이 그랬고 1980년 광주항쟁이 그랬다. 1960년 4․19항쟁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이 주축을 이루어 사회변혁의 위업을 이루었다. 3․1운동도, 갑오농민전쟁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기성세대가 한계에 부딪혀 체념해버리는 순간 우리 역사의 젊은 세대들은 그 한계를 극복하고 진보의 지평을 새롭게 개척했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이 세대간의 대립이나 갈등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의 50, 60대 가운데는 1960년에 4․19항쟁을 위해 커다란 희생을 치렀거나, 1970년대 극악한 유신독재에 맞서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분들도 무수히 많다. 그 역사를 만든 분들의 위대성은 결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곧 우리 역사에서 청년들의 일부가 늘 역사의 요구에 따라 선도자로서 영웅적 소임을 수행해 왔다. 다만 옛날의 젊은이들은 지금 왜곡된 언론의 여론조작으로 선구자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해가고 있을 뿐이다.

그런 우리 역사 속에서 이번 16대 대통령 선거는 현재의 젊은 층이 일구어낸 또 하나의 항쟁사이다. 지난 반세기 오욕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한 혁명적 운동이다. 외세의존과 수구냉전의 공작정치를 거부하고 미래지향의 철학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의 청년들은 그 동안 체제 유지의 방편에 불과했던 기성 정치를 사회발전과 미래 지향적인 제도로 수용하고 바꿨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은 그 결과뿐만이 아니라 그 형식에서도 역사적인 업적을 남긴 셈이다.

■ 네티즌의 위대한 힘

오늘 젊은 세대는 인터넷을 하나의 무기로 활용하여 수구언론이 교묘하게 구축한 특정인에대한 구조를 무력화시켰다. 보수언론은 왜곡된 주장을 권력으로 행사하지만 인터넷은 다양한 의견들을 무수히 쏟아내 왜곡과 거짓을 거르고 진실과 바른 주장들을 눈덩이처럼 굴려 태산처럼 키워낸다.

지난날에는 목소리 높여 주장해야 했고, 유인물을 뿌리고, 대자보를 붙여가면서 동지들을 모았다. 그도 어려울 땐 끝내 자기 몸을 내던져 죽음에 이르기까지 정의를 부르짖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공간을 종횡으로 누비면서 한순간에 수만명 동지들을 확인하고, 수구언론의 선동적인 궤변을 일거에 무력화시켜 버린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혁명은 지금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압제와 왜곡의 과거사를 청산해야 하며, 민족 자주적인 새 역사를 시작해야 하며, 우리역사를 바꾼 모든 현인들과 같이 인테넷의 공간의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