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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명은 우리에게 새 도전을 던져 주고 있다. 사람에 의하여, 사람을 위하여 만들어져야 하였을 현대 문명이 무슨 까닭으로 그의 차아조자요, 주인인 사람에게 그렇게도 심각한 고뇌를 안겨 주고 있는가? 그렇게도 많은 문제를 던져 주고 있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현대 문명이 인성화되어 있지 못한 까닭이다. 다시 말하면, 현대 문명은 인간성·정진성의 진보를 동반하지 않은 채, 제 갈 길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사람의 정신적 행진은 굼벵이 걸음을 하고 있을 때, 물질 문명?과학적 진보는 산 중 호랑이의 걸음을 하여 온 것이다. 현대인의 고민은 이 둘 사이에 벌어진 건널 수 없는 갭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2천 년 전에 예수는 사람에게 서로 사랑할 것을 교훈하였것만, 우리는 아직도 사소한 일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2천 5백 년 전에 공자는 우리 선조에게 인(仁)을 가르쳤건만, 그 후예인 우리들은 지금도 서로 증오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정신생활은 답보를 고수하여 온 것이다. 이러한 동안에 과학의 발달은 우리에게 거창한 변혁을 가져왔다. 우리의 생활 방식, 우리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 둘 사이에 조화가 있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정신적 통제나 조절을 받음없이 제멋대로 자라난 물질 문명 앞에 이제 인류는 굴복하게 된 것이다.

인류는 원시 시대의 자연의 거대한 힘에 눌리어 굴욕적 생활을 하여야 했다. 그 뒤로 자연의 위력에서 해방된 사람은 다시 그가 만들어 놓은 문명에 의하여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파편적이요, 비정한 문명을 만들어 놓은 책임은 물론 사람 자신에게 있다. 한편에 있어 근대화의 과정에 들어서기 시작한 때로부터 인간은 자신의 힘에 대한 과신을 갖게 되었다. 자신의 힘으로 자연을 정복하게 된 사람은 자기를 통어하여 온 신에 대한 외경(畏敬)의 염(念)을 잃게 되고, 자신의 힘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그의 창조물이 인간에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사려도 없이 자신의 새로 발견된 힘을 과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의 정신성의 지휘를 받지 않은 발전은 두 요소에 의하여 일층 더 장려되었다. 그 하나는 개인적인 물질적 욕망이요, 그 둘은 국가간의 경쟁적인 팽창욕이다. 부(富)를 추구하는 대인에게는 정신적 가치 같은 것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노동자의 권익이 유린되거나, 인간의 존엄성이 희생당하거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富)만 축적하면 그만이었다. 이것이 현대 문명을 비정의 것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현대 문명을 이러한 상태로부터 구출하여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부과되어 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특히 차대(次代)의 교육을 맡고, 장래에 문명 구축 작업의 일익을 담당하여야 할 교사는 무엇을 하여야 할 것인가? 그것은 곧 이를 인성화(人性化)·인간화(人間化)하는 일이다. 그 냉랭한 혈관 속에 따뜻한 피를 넣어주는 일이요, 그 냉엄한 기계 속에 인정을 풍기게 하는 일이며, 그 살벌한 풍토에 인간미의 바람이 불게 하는 일이다.

현대 문명을 이처럼 인성화·인간화·인도화함으로써만 인류에 봉사하는 축복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하여서만 사람의 주인이 아니라, 그의 종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자랑하고, 긍지를 느낄 수 있는 멋진 현대 문명이 될 것이다.

글=이정재<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