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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로켓발사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990년대 이래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협력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던 개성공단이 폐쇄되었는가 하면, 급기야는 그동안 그 배치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어 왔던 사드(THAAD)를 한․미 양국이 한반도에 들여오기로 합의함에 따라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015년 9월 베이징에서 거행된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대통령이 참석하여 한․중간 우의관계가 내외에 과시된 지 불과 반년이 되지 않아 한․중관계가 경색되면서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안보적 불안은 강대국가에 둘러싸여 있는 외교․군사적 요충지인 반도국가에서 가장 호전적이고 폐쇄적인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빚어낸 불가피한 안보적 부담이 아닐 까 싶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로 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되고, 개성공단을 만든 것도 이러한 안보적 부담을 덜어 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겠지만 그 상대가 ‘북한’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 오늘날과 같은 상황을 가져 왔다고 하겠다.

큰 틀에서 볼 때, 북한의 핵개발에 찬성하는 국가는 없다. 그렇다면 당연하게 남한을 포함하여 모든 관련 국가들이 북한의 핵개발에 반대하는 것이 옳은 일이며,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개발은 저지될 수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진행되어 오지 않았다.

바로 중국의 존재와 입장 때문이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핵개발에 반대하고, 유엔에서의 대북제재에 반대하지 않아왔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것과 소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인식에 기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됨으로써 동북아의 기본질서에 변화가 초래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 북한의 존재 자체를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엄연한 현실을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 한, 우리 외교는 ‘인식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은 민족의 여망인 통일을 향해 전향적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체제유지에 전력투구하면서 핵무기를 매개로 하여 강대국가인 미국을 상대로 강압전략(强壓戰略)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가 제공한 달러가 핵무기 개발에 쓰여져 다시 우리를 향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제기될 수 있는 문제이다. 개성공단 개설당시 북한의 군사력을 개성 이북으로 구축하여 평화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의 시설투자가 북한에 볼모로 잡히게 되는 현실 또한 우리가 처한 안보적 딜레마이다. 그러나 이 딜레마가 우리의 의지대로 해결 될 성질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북한의 4차 핵실험, 개성공단 폐쇄,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같은 엄중한 문제가 동시에 대두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주변국가 특히, 그 가운데에서도 한․중관계가 매우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중관계의 경색은 외교․안보상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곧바로 경제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호․불호간에 중국이 우리의 최대무역 국가이며 유커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순간 우리의 관광산업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일찍이 칸트는 “현실적인 것이 이성적인 것”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한반도 주변의 현실이 이러하다며 정부는 먼저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집중하고, 사드 배치문제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외교에서 성급함과 단선적(單線的) 사고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면서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했으며, 미국 또한 남한과 협의 없이 이에 응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바로 그럴 수 있는 것이 외교인 것이다.

오수열<조선대 정치학 교수>http://osy.pe.kr/220636517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