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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중점적으로 다룬 드라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이었다. 경선 시작 전 국회의원, 부산시장 등 나가는 선거마다 떨어진 ‘낙선전문가’ 노무현은 2%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다.

경선 상대 후보는 여론조사 1위를 질주하던 이인제, 김대중 대통령의 적자 한화갑 등이었다. 그 어떤 정치전문가도 노무현이 대통령은커녕,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리라고 점치지 못했을 것이다.

노무현의 오랜 동지가 제19대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한 지금,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의 개봉은 묘한 기분을 안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제작 지원을 받았으나, 지난 정권의 방해를 의식해 제작 기간 내내 내용을 비밀에 부쳐야 했다. 실제 전주영화제 기자회견 당시에는 "N 프로젝트" 라는 가제 아래, “2002년 국민참여경선, 시민혁명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라고만 소개됐다.

16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된 <노무현입니다>는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의 자료 화면을 중심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39명의 인터뷰를 담았다.

안희정, 이광재, 조기숙, 유시민, 서갑원, 양정철 등 정치적 동반자들은 물론, 변호사 시절의 운전기사, 중앙정보부의 노무현 전담 요원, 그리고 수많은 평범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의 노무현을 회고한다. 총 인터뷰 시간은 1만2000여분에 이르고, 이 중 45분을 영화에 담았다.

영화는 노무현의 단점까지 드러낸다. 유시민은 노무현의 ‘가방끈 콤플렉스’를 언급한다. 매사에 돌아가지 않고 직진하는 성격, 다른 건 참아도 무시당하는 건 못 참는 성격이 보수언론이나 야당, 심지어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격한 반발을 불렀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본질이었고, 매력의 핵심이었다. 그 매력에 빠진 무명의 시민들이 노사모를 만들었다. 영화도 노사모의 활약에 집중한다. 이들은 아기가 잠들거나 잠이 안 오는 밤이면 대의원에게 일일이 손편지를 쓰고, 강원도 경선 전야 “노무현은 빨갱이”라는 스티커가 나붙자 정보를 공유하며 밤새 스티커를 제거했다.

영화 종반부는 어쩔 수 없이 슬픔의 정조로 흐른다. 취임식장으로 향하던 검은 차량이 영구차로 바뀌는 대목부터다.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울음을 터뜨리거나, 말을 잇지 못한 채 머뭇거린다.

카메라는 그렇게 머뭇대는 순간을 한참 잡아낸다. 대선후보 시절 인터뷰에 응한 문재인 대통령은 고인의 간결한 유서를 천천히 읽어내려간 뒤 말한다. “머릿속에 늘 유서를 생각하고 계신데 우리는 그를 아주 외롭게 두었다.”

물론 영화가 그대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유시민은 “노무현에 대한 애도가 마감되는 건 사회가 바로잡힐 때”라고 말한다. 영화는 노무현이 특유의 걸음걸이로 무심하거나 조금 반가워하는 시민들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악수하며 선거 유세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CJ 계열사인 CGV아트하우스가 공동배급을 맡았다. CJ 관계자는 “올 초부터 작품에 대한 정보는 알고 있었으나, 공동배급이 결정된 것은 대선 다음날”이라며 “조심스러운 소재지만, 대중적으로 울림이 있는 콘텐츠의 힘을 봤다”고 말했다.

<목숨>의 이창재 감독작품 5월 25일 개봉한다.

원문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