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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형편이 어렵고 가난해도 부양 의무가 있는 가족이 있다면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현행법이다.

이들을 비수급 빈곤층이라고 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가구당 월평균 95만 원을 받는 데 비해서, 이들 비수급 빈곤층은 한 달 소득이 겨우 60만 원 안팎에 불과하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비수급 빈곤층'의 실태와 대책을 살펴본다.

72살 윤 모 할머니, 반지하 어둑한 집에 돌아오자마자 밤을 까기 시작한다.

오후부터 밤까지 내내 까면 1만3천 원을 받는데, 기초연금 약 20만 원, 공공근로 소득 20만 원이 전부인 할머니에게는 소중한 부업이다.

이 할머니는 편이 어려워 도움을 주지 못하는데도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비수급자가 됐다.

<윤 모 할머니/72세>"아이들도 나한테 도움이 안 되고.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거죠. 나라에서 보조받으니까."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2015년 우리나라 빈곤층은 309만 명. 이 가운데 165만 명은 정부로부터 생계, 의료, 주거 등에 필요한 돈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93만 명은 소득이 낮은데도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절대 빈곤층이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질 못한다. 이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의료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자식들이도 자기들이 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내가 입원한다 하면 애들이 골치 아파하니까 안 가."

<구인회/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빈곤층 규모가 굉장히 큰데, (빈곤층을 지원하는) 거의 유일한 제도인 기초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제도를 상당히 강하게 적용하고 있으니까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11월부터 저소득층 노인이 연로한 부모를 부양하는 부담을 없애기로 했지만, 그 대상은 4만여 가구에 불과하다.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